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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전반적인 의료 환경의 변화

2020년 1월 19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인으로부터 옮겨온 코로나는 일상뿐만 아니라 의료환경에도 많은 변화를 주었다. 금방 종식될 줄 알았던 감염병이 2022년 봄까지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게 만들었고, 의료인들에게도 많은 심적, 체력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필자가 재직 중인 병원을 예로 설명하면, 환자들은 진료를 올 때 무조건 문진을 시행해야 하며, 병원 입구에서는 열화상 카메라로 온도를 체크하는 등 ‘이상 없음’이 확인되어야 출입할 수 있다. 열, 기침과 같이 코로나 증상과 비슷한 증상만 가지고 있더라도 코로나 안심 진료소에 확인 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병원 내에서 확진자 진료 이송 시에는 주변에 있는 모든 환자 및 의료진들은 공간을 비워 방역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방사선사의 검사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코로나는 호흡기 관련 질병으로 기본적으로 엑스레이 검사를 시행해야 하므로 흉부 엑스레이 등 영상의학 검사를 빈번하게 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환자의 이동식 x-ray 검사 시행을 해야 하는 경우 방사선사는 감염 방지 및 방사선 피폭을 차폐하기 위해 레벨 D의 방호복과 방사선 방호복까지 갖춰야 하기에 그 피로도는 훨씬 증가하고 있다. 늘어나는 검사 건수로 피폭에 대한 걱정이 증가하는 동시에, 방사선 방호복을 입고 조금만 걸어도 어깨, 허리 등 근골격계의 이상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코로나와 관련 있는 환자군은 주로 노인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검사하는 방사선사의 피로도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 직접 자세를 잡아줘야 하며 환자 및 장비의 무게도 오롯이 방사선사가 감당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확산 방지 및 감염 관리를 위해 노력해온 2년의 세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이제는 ‘위드코로나’ 시대로 나아간다고 한다. 지금처럼 확산 방지를 위해 강도 높은 방역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수천, 수만 명 이상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는 시점에서, ‘위드코로나’는 병원에서 일하는 방사선사들에게 또 하나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일상 회복을 준비하는 한국 의료의 과제

‘위드코로나’란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감염자 수 확산세가 더욱 거세지는 상황에서 코로나의 완전한 종식을 기대하기보다는 백신 접종을 늘리는 등 방역체계를 구축하여 코로나와의 공존을 준비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모든 감염자를 관리하지 않고 중증 환자만 관리하여 일상으로 돌아가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위드코로나’가 효과를 보이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는 충분한 의료시설 확보, 높은 백신 접종 완료율 등이 필요하다.

여러 전문가에 따르면 우리가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의료체계 여유 용량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한 매체의 인터뷰에서 의료 인력의 업무 부하를 줄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병원들이 더 많은 인력을 충원할 수 있도록 수가를 올려주거나, 병원 운영과 관련된 기금을 조성하는 등 의료인들이 충분한 보수를 받고 만족하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상급종합병원은 대부분 좁은 공간에 많은 환자를 수용하고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거리두기와 반대로 가고 있다. 이는 체력이 고갈된 의료인들이 더 가중된 업무를 맡지 않음으로써 병원 내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당장 환자를 수용하는 공간을 넓힐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의료인 한 명이 맡는 환자의 수를 줄여 방역에서 생길 수 있는 빈틈을 차단하고 실수로 인한 집단감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위드코로나’로의 변화에서 우려할 점

첫째, 의료진 감염 문제다. 2021년 10월 15일에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의료진의 코로나 확진이 석 달 새 3배 급증했다고 국정감사에서 보고되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각 병원에서도 강도 높은 방역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지만, 누적된 피로와 밀려드는 환자를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위드코로나 정책에 따라 당분간 코로나 확진자가 더 늘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이러한 의료진의 감염으로 인한 의료 마비 사태는 더욱 심각한 결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둘째, 방사선사 인력 문제다. 집단면역이 생성되기 전까지 환자는 꾸준히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에 따라 방사선사의 진단 검사 건수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코로나의 감염력은 여전하므로 지금과 같은 업무 환경에서 더욱 늘어난 검사를 수행해야 하는 방사선사의 부담은 늘어날 것이다.

셋째는 의료진 간 갈등 문제다. 2020년 12월 16일에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는 감염병 전담병원 종사자들에게 직군별로 교육 및 현장 훈련비(코로나 수당)가 차등 지급되었음을 알 수 있다. 감염병 전담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종사자들에게 근무 일수에 따라 코로나 수당을 지급하였는데,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에게는 기준단가의 100%를 지급하는 반면 방사선사, 임상병리사는 70%, 방역 인력 등 에게는 50%만 지급한 것이다. 또한, 코로나로 인한 파견 간호 인력의 월 수당은 1,000만 원이라는 기사도 보도된 바 있으나 방사선사 직군에서는 파견으로 인한 추가 수당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무하다. 이처럼 직군 간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사명감으로 버텨왔던 의료인들의 업무적 부담이 더욱 크게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누가 더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를 따지며
서로 경쟁하고 각자의 공로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 모두
최선을 다하며 오직 환자의 안전만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1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감염병에 살아남을 미래를 위해

누가 더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를 따지며 서로 경쟁하고 각자의 공로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 모두 최선을 다하며 오직 환자의 안전만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1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 종식되지 않은 감염병에 대해 방심하지 않고 제대로 대비함으로써 이제까지의 방역 성과를 일순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의료진들을 위해 방역의 울타리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