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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논문을 쓰기 시작할 때 잘 쓰는 방법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논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모른다는 것은 혼자만 겪는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대학원에 간다고 해도 그곳은 내가 전공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배우는 곳일 뿐, 논문을 쓰는 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는 교육과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 막막함을 겪고 있는 분들을 위하여, 이 『논문의 힘』이라는 책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우선, 논문을 쓰기 전에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윤리적인 태도가 있습니다. 글쓴이는 논문은 개인이 만들어낸 창작물일 뿐만 아니라 공공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논문은 보통 오픈 데이터베이스를 통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가 되고, 해당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후속 연구들이 나오고, 인용되기도 하기 때문에 내가 쓴 논문이 오로지 내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그러나 공공재라고 해서 이러한 것들을 함부로 써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논문에 대한 윤리라고 하면 대표적인 문제가 표절에 대한 문제인데, 가장 많이 나올 수 있는 패턴은 자신의 논문 주제와 비슷한 글들을 끌어 모아서 여러 문장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아무리 논문의 출처를 표시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논문들과의 내용이나 아이디어, 표현의 흐름 등이 지나치게 유사하면 표절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또한 글을 쓸 때 한 문장 안에서 쓴 3개의 단어가 연속해서 다른 사람의 문장과 같을 경우, 우리는 이 문장을 표절로 간주하게 됩니다. 우리는 논문 글쓰기가 내 사상의 흐름에 근거한 글을 쓰되 학문적인 지식과 다른 연구의 결과, 주장 등을 반성적으로 읽고 고찰하며 자신의 연구 주장을 더해가는 ‘성찰하는 글쓰기’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즉, 다른 연구의 문장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닌 해당 연구를 성찰적으로 읽고 이해한 바에 대하여 쓰는 것, 이른바 패러프레이징(paraphrasing)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앞서 말한 윤리적인 태도를 갖춘 후, 논문의 ‘큰 틀’을 구성해야 합니다. 논문은 문학이나 수필과 같이 하나의 ‘장르’를 가진 글쓰기임을 이해해야 하는데, 논문은 단순히 어떤 화제에 대해 설명하는 글이 아니라, 관심있는 주제에 대하여 논리적으로 증명을 하는 글임을 확실히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논문에는 흔히 가설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내 연구 주제에 대하여 ‘A일 경우 B일 것이다’와 같은 가설을 세운 후, 당신은 해당 가설이 맞는지, 틀린지에 대한 증명을 하는 것이지요. 또한, 당신이 논문을 쓰고 싶다면, 연구 주제, 연구 목적, 연구 방법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반드시 사전에 갖춰져야 합니다. 가장 큰 실수는 단순히 내가 궁금하거나 호기심이 있는 화제나 대상만 정해서 논문을 시작하려는 경우인데, 이러한 경우는 글을 쓰다가 흐름을 잃어버리거나 연구에 대한 설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기를 바랍니다.

먼저 내가 평소에 관심이 있는 대상에 대해서 생각을 해봅니다. 관심 대상을 찾는 것부터 어디서 찾아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있는데, 방사선사의 경우 병원에서의 임상 경험이라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출처가 있습니다. 자신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관심 대상을 찾아봅니다. 대상은 유방암을 가지고 있는 성인 여성이나, 골절상을 입은 청소년과 같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또는 새로 들여온 검사 장비, 특정 촬영 기법과 같은 기술이 될 수도 있습니다. 관심 대상이 있다면, 그다음 그 대상을 바탕으로 무엇을 연구할 것인지 그 내용을 정해야 합니다. 흔히 ‘주제’라고 많이 일컫습니다. 주제를 찾는 방법으로는 일반적으로는 여러 책이나 논문을 읽으면서 관심이 가는 것을 메모해보거나, 여러 학술대회에 참가하며 어떤 주제의 발표가 흥미로운지를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만약 대학원 과정 중에 있다면, 여러 교수님과 프로젝트를 하면서 자신과 잘 맞는지를 판단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론,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 또한 임상 경험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일할 때 기계적으로 매일 똑같은 일을 하기보다,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고 기존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성찰한다면 연구 주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연구의 대상과 주제가 결정되면, 당신의 논문의 제목은 A(연구 대상)에 대한 B(주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제를 정했다고 모두 논문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주제에 대해 논문을 쓰려는 목적이 명확해야 하며, 이 목적은 독창성, 타당성, 객관성, 정확성, 소통 가능성, 윤리성을 가져야 합니다. 기존에 이루어지지 않았던 연구여야 하고, 연구할 가치가 있어야 하며, 누구나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을 만한 연구여야 합니다. 연구의 목적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학계에서 전달력이 강력한 연구면 더 좋습니다. 또한, 아무리 위대한 연구라고 하더라도 윤리를 위배하는 것이라면 진행이 될 수 없겠지요. 단순히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하는 것보다도, 위의 요소들을 다 고려할 수 있을 만한 연구인지를 사전에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위의 요소들을 마땅히 부합할 수 없는 연구라면, 안타깝지만 연구 주제를 다시 차근차근 생각해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연구 주제와 연구 목적을 모두 적합하게 세웠다면, 해당 연구를 증명할 수 있을 만한 방법론이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흔히 연구 목적에 따라 연구 방법이 세워지게 되는데, 크게는 양적 연구를 할지, 질적 연구를 할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양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양적 연구를 더 많이 하게 되는데, 어떠한 현상에 대해서 심도있게 고찰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질적 연구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단, 질적 연구의 경우 많은 연구 경험을 가지고 훈련을 받은 사람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초심자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양적 연구의 경우에도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대상자에게 중재를 수행하게 되는 무작위실험연구(RCT)와 유사실험연구가 있고, 대상자에게 중재하지 않고 대상자의 데이터 값만을 바탕으로 연구를 하는 비실험연구도 있습니다. 초심자는 주로 양적연구 중에서도 비실험연구를 많이 하게 되며, 단순한 서술적 조사연구부터 코호트 연구 등의 다양한 기법이 있으므로, 이러한 연구 방법에 대한 세미나 등을 통하여 공부하시고 방법을 설계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이 단계까지 와야 당신은 서론 쓰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선 선행 연구를 많이 찾아서 읽어보시고, 내 주제와 겹치는 부분은 없는지를 살펴보고 기존까지 되어 있는 연구는 어디까지인지, 아직 수행되지 않은 부분은 무엇인지를 잘 밝혀내시기를 바랍니다. 이 부분에 대해 명확히 파악해야 표절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서론에 대한 부분은 먼저 연구의 필요성과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는 연구 배경을 서술해주시고, 그다음 선행 연구에 대해 검토한 사안을 서술해주세요. 이후에는 최종적으로 연구 목적을 기술해주시면 좋은 서론이 될 것입니다. 서론에서는 연구의 대상과 배경, 문헌고찰이 연구의 목적과 연관되도록 구체화와 구조화를 잘해야 읽기가 편한 논문이 됩니다. 이후 연구 방법에 여러분이 사용하려는 방법론을 잘 기술해주시고, 연구 대상자의 선정기준과 제외기준, 연구 도구와 데이터 수집 방법, 최종적으로 자료 분석 방법에 대해 기술해주세요.

실험 결과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요약을 하셔야 합니다. 우선 실험 결과에서 어떤 것이 유의미하게 나왔는지, 유의미하지 않게 나왔는지에 대해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유의미하지 않았던 결과에 대해서 일일이 서술할 필요는 없고, 중요한 결과를 위주로 서술해주시면 됩니다. 중요한 결과에 대해서는 표(table)나 그림(figure) 등을 통하여 시각적으로 표현해주세요.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에 대한 부분을 쓰면 되는데, 주로 유의미했던 연구 결과가 다른 연구와 비교하였을 때 기존의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연구에서 세운 가설이 있었다면 그 가설이 맞았는지, 해당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서술해야 합니다. 그 밖에도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계점은 없었는지, 추후 어떤 방향으로 연구를 더 하면 좋을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여기까지 초심자를 위한 논문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았습니다. 크게 논문을 쓰기 위해 갖추어야 할 태도, 논문을 쓰기 위해 사전에 잡아야 할 큰 틀, 논문의 각 파트를 쓰는 방법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해 드렸습니다. 논문에 대한 각 파트를 심도 있게 쓰려면 단순히 몇 개의 글을 읽어보려는 것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분에게 전문적으로 지도를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논문의 힘』이라는 책을 읽어보신다면, 적어도 논문에 대하여 기본적인 틀을 잡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논문을 처음 시작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