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모기간: 10월 2일 (수) ~ 11월 18일 (화)
배경 음악이 재생 중입니다.
김기정 (건국대학교병원 아라미르)

올여름은 너무도 뜨거웠다.
너무 더운 나머지 딸아이와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었다.
한참 고민하던 딸아이는 “초코맛과 바닐라맛 혼합해 주세요”라고 주문하였다.
두 가지 맛을 모두 먹어보고 싶었던 딸아이는 매번 그렇게 주문하곤 했다.
그 뜨겁던 여름이 가고, 겨울이 다가올 무렵 과학을 좋아하는 딸아이가 대뜸 묻는다.
“아빠 ‘화합물과 혼합물’의 차이를 알아?”
딸아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뭐 비슷한 거 아냐?”라고 얼버무렸다.
딸아이는 신기한 것을 발견한 듯 나에게 말해주기 시작했다.
“아빠! 화합물은 두 개 이상의 물질이 모여 새로운 물질이 되는 것이고, 혼합물은 두 개 이상의 물질이 모여 있지만, 새로운 물질이 되지 않는 거야.”
화합물은 두 개 이상의 물질이 만나 새로운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물을 예로 들면, 수소와 산소가 결합한 물은 수소나 산소가 가지는 성질과 전혀 다른 새로운 성질을 가지는 것이야.
이에 반해 혼합물은 두 개의 물질이 만났으나 새로운 성질이 생기지 않고, 전에 성질을 유지하는 것으로, 흙탕물을 예로 들자면 흐르는 물의 성질과 불투명한 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 것으로 그저 두 가지 물질이 함께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
국어사전에서 ‘혼합’은 뒤섞여서 한데 합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화학에서는 화학적인 결합이 없이 섞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혼합의 가장 큰 특징은 혼합물의 구성성분이 각자의 성질을 잃지 않고 모두 드러난다는 점이다.
화학에서 ‘화합’은 둘 또는 그 이상의 화학종이 결합하여 본래의 성질을 잃어버리고 새로운 화학종이 됨을 의미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화합이란 말을 자주 쓴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또는 체육대회에서 팀을 나누어 경쟁할 때 특히, 하나가 되자는 의미로 화합이란 말을 주로 쓰곤 한다. 여기에서 의미하는 화합은 자기의 성질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성질의 집단이 되어 발전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자는 의미일 것이다.
어느덧 ‘INNOVATION 25’를 표방하며 출발했던 25대 집행부의 3년 임기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더불어 내년엔 26대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하게 될 것이다. 어느 집행부든 공과(功過)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25대를 마무리하고 26대가 곧 출범하는 시점에서 과연 우리는 ‘화합물 집행부’였는지 ‘혼합물 집행부’였는지 짚어보고 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