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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90호에서 리더십의 본질적 의미를 함께 나누면서 리더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리더는 단순히 권한이나 권력을 가지고 아랫사람을 자기의 뜻대로 통솔하는 권력자가 아니라, 목표달성을 위하여 사람들의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훌륭한 리더는 자신의 영달이나 명예에 관심을 버릴 줄 알고, 조직과 구성원들의 성장을 촉구하는 존재가 된다.

반면 미련한 리더는 조직의 목적(목표달성)을 내세워 오로지 자신의 명예와 이익을 얻는 데에 에너지를 쏟으며 구성원을 이용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훌륭한 리더는 겸손하여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직무에 충실할 뿐이다. 그래서 대개 승진이 늦어지고 팀리더의 위치에 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러한 성품의 사람들은 앞장서거나 명예에 큰 관심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리더가 되어야 한다. 자신보다 구성원을 먼저 생각할 줄 알고, 겸손과 존중의 마음을 가지고 봉사할 성품을 지녔기 때문이다. 의사집단이나 방사선사 집단처럼 남성적 성향이 짙은 조직은 새롭게 변화되어야 한다. 아직도 방사선사 집단은 수직적 관계와 서열중심의 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 이러한 조직문화에서는 좋은 리더가 만들어지기 힘들다. 좀 더 개방되어야 하고 유연하게 혁신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호에는 조직에서 리더십에 대한 학자들의 다양한 이론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리더십 이론의 역사와 전개과정, 다양한 이론들을 살펴보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을 통찰해보도록 하자.

리더십에 대한 연구는 192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18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사회와 경제의 큰 변화가 일어났다. 농경중심의 산업이 공업중심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대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생산방식도 소규모에서 대규모 형태도 점차 바뀌게 되었다.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고 조직이 형성되었으며, 기업의 이익을 위해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후 1930년대 미국에서 경제대공항이 발생하게 된다. 미국 경제는 휘청이고 전 세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었다. 위기에 놓은 기업들은 인원을 감축하고 투자를 멈추었다. 위기의 상황을 극복하고 조직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리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경영학자들에 의해 리더십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학자들에 의한 리더십 이론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193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연구된 이론들이며, 이를 전통적 리더십이론이라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1980년대 이후 새롭게 등장한 리더십 이론들이며, 이를 현대적 리더십이론이라고 한다. 이번 호에서는 전통적 리더십 이론들을 살펴보면서 방사선과(영상의학과)의 과거, 현재를 조명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보도록 하자.

전통적 리더십 이론의 첫 번째는 1930년대에서 1950년대 연구된 특성이론이다. 특성이론의 초점은 어떤 사람이 리더십이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된다. 특성이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리더십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들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훌륭한 리더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파악하는데 집중하였다. 특성이론에 입각하면 능력 있는 리더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특성이 파악된다면 모든 조직에서 그러한 특성을 가진 사람을 찾아 리더의 지위를 부여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서는 지능이나, 기술 심지어 키와 같은 신체적 조건, 나이와 같은 사회학적 요인들도 성공적인 리더의 특성으로 논의되었다. 이러한 특성이론은 어떤 사람에게는 적용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적용할 수 없을 것이고, 조직의 직무특성과 문화, 유형 등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하면 일반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것이다. 특성이론의 대표적인 학자 로케(E. Locke)는 성공적인 리더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리더십 이론의 발전과정

성공적인 리더의 특성을 위와 같은 조건으로 명시하고, 모든 리더는 저런 모습이 되어야만 자격이 주어지는 것으로 자칫 오인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이론에 의한 문화는 영상의학과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수직적 문화가 강한 영상의학과에선 남성적인 스타일로 직원들을 강하게 이끌고, 결단력 있게 밀어붙이는 사람을 리더로 세우게 된다. 또는 서열을 중요시 하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능력과 자질은 배제된 채 2인자가 팀장으로 승진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형태가 특성이론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 일 것이다.

신규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도 적용되는데, 이를테면 신규직원은 학점 4.0 이상이어야 하고, 토익점수 700이상, 논문 1편 이상, 봉사활동 유무 등의 조건을 제시하고 그에 부합하는 사람만이 인재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저런 스펙을 가진 사람이 우수한 인재이긴 하지만, 저 스펙의 특성이 모든 사람의 가치를 증명해 줄 수 없고 인재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성적이 우수하다고 방사선사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방사선사의 정체성과 본질적인 역할, 직무특성은 오늘날 우리가 정해 놓은 좋은 인재의 특성만을 가지고 온전히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배움에 대한 겸손과 성실, 환자에 대한 따뜻함, 자신의 직무를 정확히 해석하고 수행하려고 하는 의지 등은 성적과 논문으로 대체할 수 없는 독특한 특성이다. 성적과 논문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좋은 인재의 특성으로 결론짓고 사람을 채용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스펙을 끊임없이 요구하면서 학생들의 경쟁을 심화시키는 학교 교육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리더십 특성이론의 한계점을 보완하고자 연구되기 시작한 이론이 리더십 행위이론이다. 행위이론은 리더의 어떤 행동으로 인해 리더십이 발휘될까? 에 관하여 연구하는 접근방법이다. 특성이론이 ‘가지고 있는’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행위이론은 리더가 어떠한 행위를 ‘할 때’에 초점을 맞춘 연구라고 볼 수 있다. 즉, 리더의 행동양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행위이론은 리더의 행동을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하고 리더가 어느 차원에 더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리더십 유형을 구분하고자 하였다.

행위이론의 초기에는 인간중심의 리더가 성과가 우월하고 바람직한 리더 유형인 것으로 주장하였으나, 이후에는 생산과 인간 모두에 관심을 가지고 균형 있는 리더가 우수한 것으로 바뀌었다. 리더십 행위이론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이론은 블레이크와 모튼의 리더십 격자이론이다. 이 이론은 ‘인간’과 ‘생산’에 대해 두 가지 차원을 각각 9등급으로 세분화한 후 이를 대응시켜 81개의 리더십 종류를 식별하고 각 리더십의 특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다음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본적인 5가지 리더 유형을 살펴보도록 하자.

  • [1, 1] 무관심형 리더: 조직구성원에 대한 관심과 업무에 대한 관심 모두 다 없고 과업 달성에 최소한의 노력만을 하는 리더.
  • [9, 1] 능력지향형(과업형) 리더: 부하에 대한 관심이 낮고 업무에만 관심을 두는 유형이다. 사람보다는 업무 중심의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업무능력에 관심을 두는 형태를 보인다.
  • [1, 9] 컨트리클럽형 리더: 골프를 치면서 인간관계를 도모하는 사람들처럼 부하직원에 대한 관심은 아주 높고 조직 내 인간관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만 생산에는 관심이 별로 없는 유형이다.
  • [5, 5] 중간형 리더: 인간과 생산에 적절한 수준의 관심을 기울이는 유형의 리더이다. 높은 생산량과 직원 만족도 사이에서 타협을 추구한다. 결과는 일반적으로 중간 수준의 생산과 만족도를 보이며, 현상 유지를 하는 것이다.
  • [9, 9] 팀형 리더: 생산과 사람 모두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유형의 리더이다. 부하직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의사결정을 공유하며 높은 수준의 업무성과 달성을 위하여 팀워크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이 내용을 토대로 각자 나의 행동양식과 관심사에 대해 성찰해보도록 하자. 격자 그래프에서 나의 행동 양식은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또한 나의 업무와 관계는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 결여된 부분은 무엇인가? 무엇을 개선해야 좋은 리더십을 갖출 수 있는가? [9,9]의 유형으로 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리더십 행위이론만으론 실제 조직현장에서 바람직한 리더십에 대한 긍정적인 결론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연구자들은 리더의 행위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행위와 조직의 상황을 연계시켜 조직이 처한 특정상황에서 보다 유효한 리더십 유형을 찾고자 시도하게 되었다. 이러한 리더십의 접근방식을 리더십 상황이론이라고 한다. 상황이론에서의 초점은 ‘어떤 상황에서 리더의 어떤 행위가 리더십을 발휘할까?’이다. 특정상황에서 적합한 리더의 유형은 특정상황을 얼마나 잘 통제하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되며, 다음의 세 가지 상황변수를 분석해야 한다.

  1. 리더와 구성원 간의 관계의 질:
    구성원이 리더에 대해 얼마나 협력적이고 지원적인가로 측정한다.
  2. 과업의 구조화 정도:
    과업의 목표, 과정,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명쾌한가의 정도로 측정한다.
  3. 직위가 갖는 권한의 크기:
    리더의 지휘가 부하직원들에게 권한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로 측정한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리더와 구성원 간의 관계가 좋고, 과업 성격이 구조적이며, 리더의 권력이 강할수록 조직은 리더에게 유리한 상황이 된다. 반대로 리더와 구성원 간의 관계가 좋지 않고, 과업 성격이 비구조적이며, 리더의 권력이 약할수록 리더에게 불리한 상황이 된다. 이러한 여러 상황에 적합한 리더 유형을 정리하면 행위이론에서처럼 과업중심과 인간중심의 행동,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한다.

리더십 상황이론에 따라 각자 자신의 조직상황을 적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리더는 과업의 수준과 구성원 간의 관계의 질에 따라 과업중심으로 운영할 것인가? 아니면 관계중심형으로 운영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 리더십 이론들은 모두 한계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오늘날 현장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연구가 진행되었던 시기와 현재와는 사회환경과 의식수준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통적 리더십 이론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고, 새롭게 통찰되어 선생님들의 현장에 긍정적으로 적용되길 바란다. 각자 현장에 적용될 부분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기원한다.

다음호는 1980년대 이후 연구된 현대적 리더십이론들을 탐구하면서 리더십의 본질과 역할이 무엇이며 우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