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음악 Off

배경 음악이 재생 중입니다.

글 양한준(전, 을지대학교 교수)

1895년 11월 8일,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은 우연한 관찰을 통해 엑스선을 발견했습니다. 이 발견은 20세기 물리학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사건이었으며, 의학 분야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뢴트겐은 크룩스 관을 이용한 음극선 실험 중 예상치 못한 현상을 목격했습니다. 그는 검은 마분지로 크룩스 관을 완전히 감쌌음에도 불구하고, 근처에 있던 시안화백금산바륨을 칠한 종이가 희미하게 빛을 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관찰은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새로운 의문을 품게 했습니다.

뢴트겐은 이 미지(未知)의 방사선을 ‘엑스선’이라고 명명했습니다. X는 수학에서 미지수를 나타내는 기호로, 그 정체를 아직 모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이는 과학자의 겸손함과 동시에 지속적인 탐구의 필요성을 보여줍니다.

엑스선의 발견은 즉각적으로 의학 분야에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뢴트겐은 엑스선이 사진 건판을 감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해 인체 내부를 촬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초의 엑스선 사진은 그의 아내의 손을 찍은 것이었는데, 뼈와 반지가 선명하게 보이자 그의 아내는 “나는 죽음을 봤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발견의 중요성은 빠르게 인식되었습니다. 엑스선 발견 발표 후 1년 만에 관련 논문이 1000여 편, 단행본이 50권 정도 출판되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는 과학 커뮤니티가 새로운 발견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고, 그것을 발전시켜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뢴트겐의 엑스선 발견은 우연한 관찰에서 시작되었지만, 그의 지속적인 탐구와 실험을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이는 과학 발전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끊임없는 의문과 탐구의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장자의 말처럼, 의문을 갖는 것에서 시작하여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과학의 본질입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반드시 원리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전제로 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류 기술의 진화는 종종 다른 이의 성공을 모방하고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엑스선의 발견과 같은 혁신적인 발견이 있고 난 뒤, 그것이 어떻게 빠르게 발전하고 응용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방과 점진적 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뢴트겐과 같이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는 ‘參 廖聞 之疑始’의 정신과 일맥상통합니다.

엑스선의 발견은 과학 발전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첫째, 예상치 못한 현상에 관한 관심과 의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둘째, 지속적인 실험과 탐구를 통해 발전되었습니다. 셋째, 발견된 지식이 빠르게 공유되고 응용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현대 과학의 발전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과학의 발전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발견된 지식을 체계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며,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이는 장자의 말씀처럼,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결론적으로, 뢴트겐의 엑스선 발견 사례는 과학 발전의 원동력이 지속적인 의문과 탐구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參 廖聞 之疑始’의 정신은 현대 과학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의문을 품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과학의 진보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미래의 혁신적인 발견과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핵심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