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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까지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자기발견과 삶에 대한 통찰을 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것은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찾아가는 데 기초가 되며, 내가 누구인지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은 인생의 진정한 목적을 찾아가는 지름길이 된다. 또한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방사선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갈 때 그 직업은 나를 표현하고 드러내는 통로인 동시에 나의 존재가 살아 있음을 깨닫게 하는 소중한 직업인 것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조직 안에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직무를 수행한다. 그러므로 나를 이해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것은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그리고 행복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자기발견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기초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행복한 조직문화를 위한 기초를 파악했다면, 이번 호 부터는 조직에 대한 실전적인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모두에게 필요한 리더십

가장 먼저 리더십에 대한 내용을 다룰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리더십이 팀리더(관리자)에게만 필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각자가 리더십을 갖추고 보다 주도적이고 파워풀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경이로운 일이다. 팀리더에게는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한 필수조건이라면, 우리 각자에게 리더십은 나의 존재를 멋지게 표현하는 태도이자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다.

리더십의 어원을 먼저 살펴보자. ‘Lead’라는 단어는 라틴어 ‘leden’에서 파생하였으며, ‘to make go, to guide’, 번역하면 ‘안내하다’ 또는 ‘함께 간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통용되는 리더십(Leadership)은 리더(leader)와 배(ship)의 합성어로서, 리더가 배를 목적지까지 이끌고 가는 능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리더가 배를 항해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방향성이다

이것은 분명한 목적지가 있어야 함을 시사한다. 배가 목적지를 잃게 되면 물 위에 떠서 정처 없이 돌아다니듯,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조직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휘둘리고, 타 부서에게 맞춰가게 된다.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하며, 영상의학과 조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결국 이런 환경에서 근무하는 조직구성원들은 리더를 신뢰하지 않게 되고 부서의 색깔을 잃어버린 채 다른 부서의 의도에만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인 조직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리더는 조직의 방향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영상의학과가 존재하는 이유와 의료서비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부서임을 조직구성원들에게 분명히 인식시켜야 하고, 방사선사들이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리더는 자기의 안위와 유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방사선사의 직무를 통해 가야 할 올바른 방향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는 속도이다

배가 항해하는 데 있어서 물살과 풍향에 따라 적절한 속도를 맞출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추진력을 가지고 달려야 할 때가 있고, 때로는 차분히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그렇다면, 추진력을 가지고 속도를 내야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첫 번째는 조직구성원들과 함께 올바른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다.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과 구성원들의 성장, 그리고 행복을 위해서 자신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올바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주저함 없이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권한을 가지고 정의를 구현할 때 속도를 내야 한다. 권한을 가진 자는 사회적 약자를 살피고 돌보아야만 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약자는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권한이 적고 힘이 없는 자를 의미한다.

조직의 수많은 관리자들은 자신의 권한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열정을 쏟는다. 그러면서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넓혀 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관리자들의 특징은 자신보다 권한이 없는 약자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고, 오히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그들을 이용하고 부릴 뿐이다. 이러한 리더는 자신의 이익과 영달을 추구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속도를 내는 사람들이다. 진정한 리더라고 할 수 없다. 조직을 관리하는 것, 그리고 사람을 관리하는 것은 곧 정의가 되어야 한다. ‘관리=정의’라는 공식을 기억하자.

진정한 리더는 자신의 욕망과 유익을 철저히 내려놓고, 자신보다 약자를 돌보고 성장시킬 수 있는 책임과 섬김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 직위나 직책 등의 타이틀을 얻기 위한 욕심을 철저히 내려놓을 때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낮은 자를 위해 자신의 열정을 사용할 때, 부와 명예는 저절로 따라오게 되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배가 항해할 때 속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말 속에는 기다릴줄 아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배가 무조건 달리면 풍향과 물살의 변화에 따라 뒤집힐 수 있기 때문에 때론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조직은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있고 수많은 사건과 사연들이 존재한다. 구성원들 간의 문제, 부서 간의 문제 등 수많은 문제와 어두움을 직면하게 되는데, 이럴 때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인내하지 않으면 대개 자신이 가진 권력을 잘못된 태도나 방향으로 사용하게 된다. 또한 좌나 우로 치우치지 말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리더는 인내하면서 언제나 공정과 원칙을 지키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셋째는 물 아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배는 물 위를 떠다닌다. 그러나 물 아래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물 아래의 모습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암초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리더는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도 초점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조직구성원들이 뭔가 잘못한 행동을 했을 경우, 그 행동에 대해 비판하고 정죄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리더는 구성원의 잘못된 행동 이면의 숨겨진 마음이나 감정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대개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내면의 감정, 상처, 신념, 가치, 경험 등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움직인다.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의 잘못된 행동을 꾸짖고 바로잡는 데에만 급급해하지 말고, 그 행동 이면에 숨겨진 아픔이나 상처, 어두움 등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통찰을 키워야 한다. 이것이 리더의 역량이다.

또한 눈에 보이는 성과는 물 위의 것을 의미한다. 리더는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게 되면 잘못된 방향으로 조직을 움직이게 하기도 하며, 성급한 결정을 내려 조직구성원들에게 어려움을 겪게 한다. 화려해 보이는 것, 근사해 보이는 것들은 우리 눈에 보이는 물 위의 것들이다. 이것들이 중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때론 눈에 보이는 것들은 비본질적인 것들이 많다. 물 아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때론 본질적이고 더욱 중요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협회나 학회의 학술대회를 보면 굉장히 화려하고 멋있어 보인다. 규모가 큰 병원에서 근무하는 방사선사들은 자신의 연구(업적)를 발표하고, 축하해 주고, 함께 어울려 자신들의 관계를 더욱 구축해 나간다. 그러면서 서로 도전받고 격려하면서 영상의학기술은 더욱 성장해 나가게 된다. 분명 좋은 일이고, 필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늘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거듭 성장해 가는 학술대회나 행사들을 보면서 우리만의 리그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학술대회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임원분들의 노력과 에너지는 정말 놀랍다. 정말 애쓰시는 것은 우리가 존중해야 마땅하고 박수쳐 드려야 한다. 그러나 이 큰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자신들의 거대한 커뮤니티를 활용하여 등록 수를 늘리는 행위 등은 물 위의 보이는 것만을 쫓는 것이다. 등록 수가 많아야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그래야 학회의 가치가 상승한다고 믿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학술대회나 보수교육의 본질은 아니다. 학술대회가 마치 대형 병원근무자들만의 리그로 그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물 아래의 것을 보아야 한다.

협회나 학회의 관심사가 대규모 행사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는 그 한 사람에게도 관심을 돌려야 한다. 지금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홀로 힘겹게 환자를 케어하며 방사선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그 한 사람 한 사람… 간호조무사의 비인격적인 행동 때문에 힘들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힘겹게 방사선사 직무를 수행하는 그 한 사람… 아직도 필름을 현상하며 생계를 이어 가는 그 한 사람…

면허 취득 후 취업했는데 막상 인계도 못 받고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해서 학교 다닐 때 보던 촬영학 책을 찾아보면서 힘겹게 근무하는 그 한 사람…. 그들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물 아래 숨어 있기 때문이다. 협회나 학회는 권력과 힘을 가졌고, 수많은 인재(자원)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성과를 창출하는 것 못지않게 물 아래에도 초점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좋은 기술과 지식이 있다면 그 한 사람을 위해 나누고 성장하도록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과거에 대학병원을 퇴사하고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몇 군데의 로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검사했던 목록을 보니, 영상의 질이 다소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이 고백은 로컬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다. 추후 로컬에서 근무하는 여러 지인들과 대화를 나눈 결과 알게 되었다. 그분들은 로컬에 들어간 뒤 체계적으로 촬영학에 대해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어느 병원은 출근했더니 방사선사도 아닌 원무과장이 촬영을 가르쳐줬다고 한다.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리더는 영상의학과가 존재하는 이유와 의료서비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부서임을 조직구성원들에게 분명히 인식시키고, 방사선사들이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또한 올바른 방향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최근, 서울 시내의 한 내과에서 기관지염으로 인한 천식 진단을 받았다. 그 병원에서 벌어진 일은 나에게 너무도 큰 충격을 주었다. 의사가 처방을 내렸는데, 먼저 심전도를 찍고, 혈액검사를 진행한 후, 흉부촬영을 진행하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심전도와 혈액검사를 해주던 선생님이 나를 촬영실로 안내하더니, 아주 자연스럽게 포지션을 잡고, 촬영을 하는 것이었다. 2022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막상 경험해 보니 기가 막혔다. 이 선생님의 행동과 수행 능력은 정말 자연스럽고 베테랑다웠다. 아마도 그러한 시스템으로 오랫동안 진행되었던 것 같았다. 방사선사가 임상병리 업무까지 한 것인지, 아니면 임상병리사가 방사선사 업무까지 수행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다른 지역에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방사선사의 가치를 도대체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 것일까? 이러한 의식을 가진 의사나 운영자 밑에서 방사선사의 권리나 권한은 있기나 할까? 라는 걱정이 들었다. 학술대회를 성대하게 개최하고 참석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도 방사선사의 가치를 더럽히고 권리를 빼앗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는 방사선사들에게 관심을 쏟는 것이 시급할지도 모른다. 또한 큰 병원에서 선임으로부터 체계적으로 배우고 수많은 study를 경험했다면, 그것은 정말 감사한 일인 것이다. 그러한 감사한 일을 경험했다면 우리들만의 리그로 우리의 지식과 기술을 나누기 보단, 그 경험을 하지 못한 그 한 사람을 위해 열정을 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리더가 바라봐야 할 시선이고, 역할이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등록한 것 보다, 그 한 사람이 참여해서 하나의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큰 깨달음을 얻게 했다면 그것이 수백 명을 등록한 성과보다 더 소중할 수도 있다. 리더는 본질적인 것을 찾아가도록 스스로 성찰하고, 구성원들이 조직의 본질적인 존재 목적에 초점을 두고 행동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넷째는 날씨이다

깊은 바다 한가운데에서는 날씨가 변덕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배를 이끄는 선장은 이러한 변화와 위험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며 안전하게 배를 이끌어야 한다. 조직의 리더는 변화무쌍한 상황에 따라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일정한 원칙이나 질서를 갖춰 놓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하며, 상황이 변화하면 언제나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직구성원들의 특징과 성향, 강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최상의 팀빌딩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조직구성원들의 강점과 자질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호는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리더가 지녀야 할 의식, 그리고 리더는 어떠한 관점으로 조직과 사람을 이끌어야 하는지 통찰해보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부터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다시 한번 가져야겠다. 다른 분들도 그런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저마다 원하는 리더의 모습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