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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한준(전, 을지대학교 교수)

AI와 상상, 그리고 행동의 변화
코로나 이후, 인공지능(AI)은 우리의 삶 곳곳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진단과 판독, 업무 자동화, 환자 관리 등 방사선사의 일상도 AI와 함께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반복적이고 단순한 작업을 대신해줍니다. 우리는 AI가 제시하는 결과를 바탕으로 더 창의적이고, 더 인간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만이 느끼고 상상하며 행동하는 고유한 감각은 대체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AI 시대일수록 우리는 자신의 감각을 더욱 예민하게 다듬고, 균형 있게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하지요. 이것이 바로 ‘감각의 리밸런싱’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감각의 리밸런싱이란 무엇인가
‘리밸런싱’이란 용어는 원래 투자에서 자산의 비율을 조정해 균형을 맞추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한쪽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를 다시 원래의 목표 비율로 되돌림으로써 위험을 줄이고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이 개념을 우리의 감각에 적용해보면, 코로나 시기 동안 시각과 정보에만 집중했던 삶에서 벗어나,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다양한 감각을 다시 균형 있게 사용하는 것임을 말하고자 합니다.
실제로 코로나 시기, 우리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시각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생활을 합니다. 반면, 환자의 미묘한 표정 변화나 목소리의 떨림, 손끝에 전해지는 체온 같은 ‘비시각적 정보’에는 무감각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감각들을 다시 깨우고,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AI 시대, 감각의 리밸런싱이 왜 중요한가?
AI가 의료 현장에 깊이 들어오면서, 방사선사의 역할은 단순한 기술자에서 환자와 소통하는 전문가, 그리고 데이터와 인간의 감각을 연결하는 중재자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AI는 빠르고 정확하게 영상을 분석할 수 있지만, 환자의 불안한 표정이나 미묘한 통증 호소, 가족의 걱정스러운 눈빛까지 읽어내지는 못하지요. 이런 부분은 오직 인간만이 감각을 통해 포착하고, 공감하며,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또한, AI가 제시하는 정보에만 의존하게 되면, 우리는 점점 자신의 감각을 잃고 기계의 판단에 휘둘릴 위험이 있습니다. 감각의 리밸런싱은 AI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인간만의 직관과 경험, 그리고 섬세한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한 자기 관리의 한 방법입니다.

감각의 리밸런싱,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감각의 리밸런싱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일상 속 작은 실천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침의 루틴 바꾸기
출근길, 스마트폰 대신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새소리, 바람 소리,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등 소소한 감각으로 평소 놓치던 소리가 새롭게 들리게 하는 것입니다.

업무 중 감각 집중하기
환자와 대화할 때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환자의 표정과 목소리에 집중해서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다가서세요. 촬영 장비를 만질 때는 손끝의 감각에 신경을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휴식 시간 활용하기
점심시간에는 음식을 천천히 씹으며 맛과 향을 음미해 보세요. 짧은 산책도 즐기세요. 햇살과 바람을 느끼는 것도 감각을 깨우는 좋은 방법입니다.

AI와의 협업에서 감각 활용하기
AI가 제시한 검사 결과를 검토할 때, 자신의 경험과 직관을 함께 활용하는 겁니다. 데이터와 감각이 조화를 이룰 때 더 정확하고,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불확실한 시대, 감각의 리밸런싱이 주는 힘
코로나 시기 우리는 불확실성 속에서 불안과 우울을 경험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작은 습관이 우리를 지켜주는 힘이 되었습니다. 일기 쓰기, 방 정리, 샤워나 산책 같은 소소한 행동이 마음을 다잡는 버팀목이 되었죠. AI 시대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감각의 리밸런싱은 우리가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중요한 자기 관리 전략입니다.

방사선사에게 감각의 리밸런싱이란
방사선사는 환자와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민감한 순간을 함께하는 직업입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환자의 두려움을 공감하고, 미묘한 신체 변화를 감지하며, 동료와의 협업에서 신뢰를 쌓는 일은 오직 우리의 감각에서 비롯됩니다. 감각의 리밸런싱을 통해 우리는 더 따뜻한 전문가, 더 창의적인 문제 해결자 그리고 더 건강한 자신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제, 코로나를 지나 AI 시대를 맞이한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자신의 감각을 돌아보고 균형을 맞추는 일상을 즐겨보세요. 감각의 리밸런싱은 단순한 자기 관리가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에 흔들리지 않고, 더 나은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방사선사 여러분, 오늘 하루 작은 감각 하나를 깨우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AI와 함께하는 미래, 우리의 감각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자산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