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모기간: 10월 12일(월) ~ 11월 13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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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준 전 을지대학교 교수

오퍼레이터를 넘어 의료영상 워크플로 설계자로
AI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의료영상 현장 한가운데 들어와 있습니다. 영상 재구성, 자동 포지셔닝, 병변 검출 보조, 선량 최적화까지 AI는 검사실의 흐름을 빠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미국 FDA가 허가한 AI 기반 의료기기는 누적 1,451건에 이르고, 그중 약 76%가 영상의학 분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제 의료영상은 AI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깊이 들어온 임상 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변화 앞에서 많은 이들이 묻습니다. “AI가 이렇게까지 잘하면, 앞으로 방사선사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그러나 이 질문은 절반만 맞습니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AI 시대에 방사선사의 전문성은 무엇으로 증명될 것인가. 바로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이제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버튼을 누르는 기술만으로는 미래를 지킬 수 없습니다. 기계적 조작과 반복 업무는 AI가 더 빠르고, 더 일정하게, 더 피곤함 없이 수행합니다. 만약 방사선사의 역할을 단지 장비를 작동시키는 수준에 묶어 둔다면, 우리의 전문성은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이것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방사선사는 이제 장비의 오퍼레이터가 아니라 의료영상 워크플로를 설계하는 전문가로 올라서야 합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찍을 것인가”가 아니라 “왜 그렇게 찍어야 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같은 검사라도 환자의 상태, 임상 목적, 시간 제약, 방사선 피폭, 영상 품질의 균형은 늘 다릅니다. 어떤 프로토콜을 선택할지, 어떤 AI 기능을 적용할지, 어디까지 자동화에 맡기고 어디서 사람이 개입해야 할지 판단하는 일은 결코 기계가 대신할 수 없습니다. 최근 연구들도 2026년 이후 영상의학 AI의 초점이 단순 판독 보조를 넘어 워크플로 최적화, 품질 향상, 효율 개선, 표준화된 통합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즉, 미래의 경쟁력은 손기술만이 아니라 설계 능력에 있습니다. 검사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환자 안전과 임상 목적, 장비 성능과 AI 기능을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능력, 그것이 앞으로 방사선사의 수준을 가를 것입니다. AI는 우리를 밀어내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 수준을 더 높게 요구하는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겠습니까. 첫째는 질문하는 능력입니다. AI는 답을 잘 찾지만, 어떤 질문이 중요한지는 스스로 정하지 못합니다. “이 환자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영상 정보는 무엇인가?”, “이 검사에서 선량은 얼마나 더 줄일 수 있는가?”, “속도와 해상도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은 임상과 영상, 환자를 동시에 이해하는 사람만이 던질 수 있습니다. 결국 미래의 리더는 답을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옳은 질문을 던질 줄 아는 방사선사입니다.
둘째는 검증하는 능력입니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는 편리하지만, 그 결과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전문성은 사라집니다. AI는 오류를 낼 수 있고, 예외 상황에 취약할 수 있으며, 때로는 그럴듯한 결과로 사람을 속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초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해부학, 생리학, 방사선 물리학, 영상학에 대한 탄탄한 이해 없이는 AI의 결과를 평가할 수 없습니다. 첨단 기술 시대일수록 기본이 더 무거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AI가 90%를 만들 수는 있어도, 마지막 10%의 신뢰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셋째는 공감하는 능력입니다. 검사실에서 환자가 마주하는 것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환자, 폐소공포로 숨을 고르는 환자, 설명 한마디에 안정을 찾는 소아 환자 앞에서 진짜 의료의 품격이 드러납니다. AI는 영상을 정리할 수 있지만, 환자의 불안을 다독일 수는 없습니다. 기계는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신뢰를 형성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인간의 전문성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환자 중심 가치로 번역하는 능력에서 완성됩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시대는 방사선사를 약화시키는 시대가 아닙니다. 오히려 방사선사를 더 높은 수준의 전문가로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장비를 다루는 사람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검사실의 흐름을 설계하고 환자 경험까지 책임지는 전문가로 진화할 것인가. 선택은 분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