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모기간: 10월 12일(월) ~ 11월 13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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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우 고려대학교의과대학부속 구로병원

“강성우님! 조혈모세포 기증해줄 수 있나요?”
“네! 당연하죠!”
지난 2달간의 꿈같았던 이야기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6년 학부 시절, 장차 보건의료인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나이팅게일 선서의 숭고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자신에게 다짐하고 시작한 일이 헌혈 100회와 조혈모세포기증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틈틈이 시간을 내어 헌혈 80여 회를 달성했지만, 조혈모세포기증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올해 6월 중순,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에서 편지가 날아왔습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것이었건만
최근 ‘조혈모기증 만 40세까지’라는 홍보물을 얼핏 본 터라 만료 안내 및 인사말이겠거니 하고는 책상에 던져놨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핸드폰에 낯선 번호와 함께 발신인 [가톨릭 조혈모세포은행]을 보자마자 설마?! 하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유전자 일치하는 급성백혈병 환자분이 계신데 조혈모세포 기증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워낙 오래전에 기증 등록 하신거라..”
“네! 그럼요! 당연하죠!”

그토록 기다리고 염원하던 순간이라 담당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이 튀어나갔습니다.
이후 성공적인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해 2달여간 유전자 정밀검사, 사전 건강검진, 양팔 혈관 확인, 음식조절 등을 시행하였고 기증 직전 4일간 조혈모세포 증폭/촉진제를 투여받았습니다.
조혈모세포기증, 흔히들 알고 있는 골수기증은 많은 오해가 쌓여있습니다. 가장 큰 오해는 척추에서 채취한다는 것입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 옛날에는 뼈에서 직접 채취하였지만 그마저도 척추가 아닌 골반이었습니다. 하지만 거부감이 크고 최근에는 말초혈관채취법이 도입되어 거의 시행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치 성분헌혈을 하듯이 피를 뽑아서 조혈모세포만 따로 걸러내어 모으는 방식이라 부작용도 없고 거부감도 적어 말초혈관채취법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다만 조혈모세포를 증폭시켜서 말초혈관으로 모으려면 4일간 촉진제를 맞아야 하는데 몸살 기운과 전신 뼈 통증이 찾아오게 됩니다. 그래도 매일 병마와 싸우는 환자분을 생각하며 타이레놀로 버텼습니다.
이윽고 결전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병원 내 헌혈실로 이동하여 양팔에 라인을 잡고 혈액성분채집기와 연결, 혈액이 흐르기 시작하면 옴짝달싹도 못 하고 가만히 누워있어야 합니다. 성분헌혈 경험이 있는 분이면 알겠지만 팔을 움직이면 캐뉼라 끝이 혈관 벽에 닿아 혈액이 안 나오고 기계 알람이 울립니다.
채집하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스마트폰이라도 보려고 살짝 움직였더니만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에 포기..
학생 때 배웠던 해부학적 자세를 오랜 시간 유지하다 보니 등허리가 배겼지만 이 또한 환자를 생각하며 버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더 큰 어려움은 따로 있었습니다. 중간엔 용변이 마려울 경우 침상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필수는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날 저녁부터 물 포함 자체 금식했고 다행히도 걱정했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08시에 시작한 채집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어 14시가 돼서야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환자분께 필요한 350cc 정도의 조혈모세포는 바로 이식하기 위해 퀵으로 보내졌고 채집기에 남아있는 혈액은 도로 제 몸으로 보냈습니다. 양팔의 관을 제거하고 6시간 만에 침대에서 일어나니 기증에 대한 숭고한 마음, 환자분을 향한 위로와 응원보다 배고픔과 목마름의 원초적 욕구가 앞선 모습에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간혹 이식과정에서 조혈모세포가 부족하면 2차 채집을 해야 하기에 병실로 돌아가 쉬면서 대기하였고 다행히 충분하다는 연락을 받고 2달여간의 조혈모세포 기증의 대장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급성백혈병이나 혈액암 환자들에게 조혈모세포 이식은 유일한 치료 방법이며, 이식받은 날을 제2의 생일이라고 할 정도로 뜻깊은 날이 된다고 합니다. 다만 기증등록자는 40만명 정도에 불과하고 수만분의 1의 확률로 매칭이 되더라도 기증까지 진행되는 경우는 연간 500건이 채 안 되는 게 현실입니다.
또한 기증 의사를 밝혔다가 막판에 거부하는 사례가 연 1,400회에 이른다고 합니다. 중도 철회는 기증받을 환자에게 매우 위험하고 잔인한 일인 것이 조혈모세포 기증을 약속받고 일정이 잡히면 새로운 조혈모세포를 받기 위해 무균실에서 지내며 고용량의 항암제와 방사선치료로 몸속의 백혈구 수치를 0으로 만듭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도 철회하면 환자는 100%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물론 기증을 강요할 수는 없으나 여러 가지 오해들이 해소되고 학교나 직장에서 맘 편히 시간 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출석 인정 및 공가 처리 등 제도적으로 보완된다면 연간 6~7천 명에 달하는 조혈모세포 이식 대기자들에게 더 큰 희망을 더 나아가 새 삶을,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기증절차 매 순간 함께해주셨던 조혈모세포은행 코디네이터님께 감사드리고 저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으신 환자분의 완쾌와 오랜 시간 곁에서 애쓰신 가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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