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모기간: 8월 28일 ~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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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와 영상의학과의 미래 – 방사선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18년 21억 달러 수준이었던 글로벌 의료 AI 시장 규모가 2025년 362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라보고되며 의료 AI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의료 AI 기업은 해외 및 국내증시에서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의료 AI 회사인 ‘루닛’은 올해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후지필름과 개발한 ‘CXRAID’가 일본 건강보험 급여 가산 대상으로 공식 인증받았다고 밝혔다. CXR-AID는 루닛의 폐 질환 진단 보조 AI 소프트웨어 ‘루닛 인사이트 CXR’을 기반으로 개발한 AI 기반 엑스레이 분석 시스템이다. 일본 건강보험급여 제도는 CT나 MRI 촬영 등에 대한 수가 항목을 통해 일정한 시설 요건을 갖춘 병원에서 AI 영상진단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경우 추가적인 가산 수가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CXR-AID도 가산 수가 대상이 됐다고 루닛은 설명했다. 루닛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더 많은 국가에서 수가를 인정받아 많은 환자들이 더 다양한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받길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국내 의료 AI 회사인 ‘제이엘케이’는 뇌졸중 분석 솔루션을 도입한 국내 병원이 BIG5 병원을 포함해 71곳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또한 아르헨티나 식품의약품의학기술청으로부터 자사 제품 5개 솔루션에 대한 의료기기 인허가를 획득했다고 한다. 이러한 성과와 앞으로의 가능성은 주가에도 뚜렷하게 보였는데, 루닛의 주가는 올해 들어 29,800원에서 200,000원까지 상승하였으며 제이엘케이는 3,150원에서 19,000원까지 상승하는 등 엄청난 강세를 보였다.
다양한 의료 AI 영상 솔루션 회사들의 상품 개발 및 해외 진출로 인한 수익 창출은 미래 영상의학과의 모습에 격변을 예상하게 한다. 영상의학과의 미래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의료 AI가 영상의학과의 전문의의 업무부담을 덜고 업무를 분담할 수 있다는 견해와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인공지능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견해다. 이러한 현 상황을 단순히 방사선사의 업무 영역과 관계가 없다고 해서 미뤄둘 수만은 없다. 각각의 견해에 따르면 방사선사의 역할은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필요한 시기다. 만약 전자의 견해대로 흘러간다면 영상 검사 건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처럼 많은 영상 검사를 수행하기 위해 방사선사의 일자리 또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견해대로 흘러간다면 AI에 밀려난 영상의학과 의사들과 방사선사 사이의 업무 영역에 대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의료 AI의 발전은 단순히 방사선사의 업무영역의 문제가 아니라고 넘어가기에는 꽤나 많은 연관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앞으로 의료 AI가 영상의학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고 이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2020년 대한영상의학회지에 출판된 논문을 토대로 미래에 영상의학과를 짊어지고 갈 영상의학과 전공의가 의료 인공지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소개하려 한다. 이 논문이 발간된 지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를 토대로 방사선사의 미래를 전망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바이다.
딥러닝 기술 중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콘볼루션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 기술은 의학 영상에 적용되어 유의미한 결과들을 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연구 결과일 뿐, 실제로 현재 개발되어 있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또는 논문으로 출판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임상적 검증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임상에 실제로 적용되기까지는 조금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지만, 이렇게 많은 연구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볼 때 조만간 의료 AI가 현장에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 국외 연구들을 보면, 프랑스 및 독일 의과대학생 및 영상의학과 의사들은 인공지능의 발전이 영상의학과 의사의 역할을 바꾸거나 축소할 수 있을 것이지만 인공지능이 영상의학과 의사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 응답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의 영상의학과 전공의들이 의료 인공지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조사하여 향후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고 영상의학과 수련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목적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총 12개의 수련병원에서 113명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지식적 측면, 인공지능 관련 연구 경험과 관련 질문, 마지막으로 의료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 전망, 및 전공의 선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이 실시되었다.
설문 내용 중 본 기사에서는 영상의학과 전공의들이 생각하는 의료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적인 측면에 대한 결과만 다뤄볼 것이다. 설문 결과, 인공지능이 영상의학과의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은 49%, 부정적인 의견은 12%를 차지했다. 반면 외부에서 생각하는 영상의학과의 미래에 대한 인공지능의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은 14%, 부정적인 의견은 64%를 차지했다. 이는 영상의학과 내부와 외부의 시각차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영상의학과를 선택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답변의 비율은 53%이었고, 전공 선택 이후에 접하였을 경우 수련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답변의 비율은 46%로 나타났다. 또한 인공지능이 실제 신입 전공의 선발에 끼친 영향을 묻는 설문에서 긍정적인 답변은 2%에 불과한 반면,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답변한 것은 83%에 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해당 설문 결과를 통해, 영상의학과 전공의들이 향후 인공지능을 이용한 의료 연구와 인공지능에 의해 일자리를 포함한 여러 면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 상황에 있는 만큼 인공지능에 대한 지식적 측면에서의 교육이 매우 필요함을 말하였다. 또한 인공지능에 대한 영상의학과 내외부의 인식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여러 의료 분야에 올바른 정보의 전달을 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해외에서 조사한 연구들과 이 논문을 비교했을 때, 인공지능의 발전이 영상의학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필요한 의사의 수가 감소할것이라는 의견도 26.3% 가량 있었으며, 79.7%가 영상의학과 의사가 담당하는 일이 10~20년 이내 미래에 크게 변화할것이라 응답하였다.
이처럼 영상의학과 의사 및 의대생들도 인공지능이 앞으로 영상의학과의 모습을 바꿀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어떤 모습인지 구체적으로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방사선사의 역할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방사선사 역시 의료 인공지능에 대한 교육을 통해 앞으로 영상의학과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예측해보고 방사선사의 미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