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16대 대한방사선사 협회장 김건중

제언 배경
전문 방사선사는 2003년부터 16개 전문 분야를 구분하여 자율적 전문 자격제도를 운용해 왔으며 교육적 성과도 축적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법적 제도와 임상 현장에서의 실효성은 여전히 한계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협회는 전문 방사선사의 제도화를 지속적으로 정부와 입법기관에 요구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보건복지부는 해당 제도가 자격기본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이번 의료 기사법 개정안에서도 관련 조항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제도의 향후 방향이 불투명해졌습니다. 따라서, 계속 관련 법률의 개정을 위한 노력은 이어 가면서, 향후 대응책 수립을 위한 내실을 기해야 할 때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전문 방사선사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국민의 안전과 의료의 질 보장을 최우선으로 삼는 체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내부적인 재정비,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됩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의 실적과 실효성을 토대로 전문 분야별 타당성에 대한 재평가도 필요합니다. 특히 “법적 제도화의 추진”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이며, 일부 분야는 제도화의 필요성이 크지만, 다른 일부는 현장성과 직무 특성을 고려하여 재구성이 필요할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전문 방사선사 제도 출범 당시의 목표와 전문 분야 분류 기준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체계가 미국 ARRT의 기본 후 자격인증 구조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분류를 참고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면허 제도와 자격 인증 체계
우리나라는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단일 국가 면허를 부여하며, 업무 범위를 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 업무 범위는 현재 수행 중인 전문 방사선 분야 전체를 포함하는 단일, 단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기본 면허의 업무 범위가 일반 검사와 투시에 한정되어 있으며, 그 외 분야는 모두 추가 자격인증을 통해서만 수행할 수 있는 체계입니다. 기본 면허(primary)를 방사선 검사에 필요한 첫 단계로 하고, 이후 모든 분야는 별도 기본 후 자격(post-primary)으로 분류하며, 각 분야는 추가 교육과 시험을 거쳐야 자격을 갖출 수 있습니다. 즉, 미국은 방사선사 기본 면허를 전제로 다시 분야별 자격인증을 취득해야 하는 이중구조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미국의 기본 후 자격인증을 단일 국가 면허 안에 모두 포함하는 구조입니다.

주 정부로부터 기본 면허를 받은 뒤 일정 임상 경력과 요건을 충족하면 ARRT(미국방사선사인증원)가 시행하는 분야별 기본 후 자격시험을 거쳐 자격을 획득해야 해당 분야 취업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의 면허·자격 체계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릅니다.

현재 협회는 ARRT의 기본 후 자격 분류를 ‘전문 방사선사’ 체계에 인용하고 있으며, 분야 구성도 ARRT의 분류와 거의 같은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문 분야 분류가 ARRT의 기본 후 자격 체계와 유사하더라도, 두 나라의 면허 구조·교육 체계·법적 제도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미국식 구조를 단순히 모방하거나 그대로 옮기려는 것은 현실적·법적 측면에서 합리적이지 않고,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대학 커리큘럼의 차이점
미국의 기본 면허시험(primary)은 (1) 환자 케어 33문항, (2) 방사선 물리와 안전 50문항, (3) 영상 형성 원리 51문항, (4) 방사선 검사 66문항으로 크게 네 영역으로 구성합니다.
대학 교육은 이 기본 시험 영역을 충실히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기본 후 자격인증(post-primary)은 별도의 절차를 거칩니다.
기본 후 자격인증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은 대학 또는 의료기관에서 정해진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해당 분야의 임상 경력을 충족해야만 기본 후 자격 응시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기본 후 자격이 분야별 ‘필수 자격’으로 법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학부 과정에서는 기본 교육만 담당하고 전문 분야는 다른 경로의 교육과정에서 배우도록 체계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왜 미국의 학부 과정에서는 CT, MRI, 핵의학, 방사선 치료, 중재 시술 등이 필수 커리큘럼에 포함되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교육과정 구성의 차이가 아니라, 면허 구조·업무 범위·자격 제도·직종 분화 시스템 등 전체 제도의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즉, 기초 학부 교육과 전문 분야 교육이 제도적으로 분리된 이원화된 모델입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학부 과정에서 전체 전문 분야를 포괄적으로 교육하는 통합 모델을 채택하며, 이에 준하여 국가 면허도 단일 면허입니다.
이는 국내 대학이 의료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맞춰 과목을 신속히 개설해 온 점, 그리고 협회가 변화에 따라 방사선사의 업무 범위를 적절하게 개정해 온 노력이 함께 만들어 낸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법적 업무 범위와 상충하는 모순
미국의 방사선사 기본 면허의 업무 범위는 일반 촬영과 투시로 한정되며. CT, MRI, 방사선 치료, 핵의학 등은 기본 후 인증이 필요한 이원 체계임을 앞서 여러 차례 다뤘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단일 면허 체계를 운영하며, 별도 분야 구분 없이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의료기관의 구조를 보면 영상의학과·핵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치의학과가 존재하고, 방사선사는 선택한 진료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공 분야가 결정되는 형태입니다. 즉, 면허는 하나이며 근무 부서도 자격에 의해 제한되지 않는 단일 구조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 방사선사’ 자격이 업무 순환이나 취업 분야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오히려 법률로 보장된 업무 범위를 스스로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제도적 목적과 실제 운영 사이의 중요한 모순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지점입니다.

현재 전문 방사선사 제도의 실효성이 낮은 이유 역시 법률상 규정된 업무 범위와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 큰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또한 전문 분야를 기준으로 순환 근무를 제한할 가능성 역시 현장 운영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복수 인증제에 대한 방어
미국은 기본 면허를 전제로 한 면허 후 분야별 자격인증(post primary)은 일반 방사선 검사와 방사선 치료를 제외하곤 방사선사 인증원(ARRT)에서만 부여하는 것이 아니고, ‘복수 인증기관 체계’로 운영됨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미국의 자격 별 복수 인증기관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취업 시 특정한 인증기관의 자격을 지정하기도 합니다. 면허가 아닌 자격 인증이기 때문에 복수 인증기관이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자격 기본법”에 근거해 모든 면허 이외의 보건 의료 관련 자격은 위법이라 불가능하지만 이를 방어할 방안으로 반드시 전문 방사선사 제도의 법제화가 갈급합니다.

전문간호사는 간호법 제정 이전에 법적 제도화를 이룬 선례가 있음도 잊지 많아야 합니다.
초음파의 경우 초음파 방사선사 자격을 받고는 법적 직역도 아닌 “초음파사”라고 자칭 또는 구분하는 점에도 유의하여야 합니다.

제언
현재 “전문 방사선사의 법적 제도화”는 협회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입니다. 앞서 한국과 미국의 제도적 차이를 살펴본 것도 이러한 추진 과정에서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취지입니다.
동시에 지금의 전문 분야는 보다 혁신적인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판단됩니다. 향후 전문 방사선사 제도에 대한 재설계를 위한 “조언 사항” 형태로 간결하게 정리합니다.

  1. 면허의 기존 업무 범위를 제한하지 않는 방향
    전문 방사선사 자격이 기존 면허자가 가진 합법적 권한을 제한해서는 안 됩니다. 기본 면허의 업무 범위는 그대로 유지하되, 추가 역량을 요구하는 영역(분야)과 새로운 전문 분야를 개발하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현재의 16개 전문 분야 중 일부는 전문심화교육인증으로, 일부는 전문 자격 인증으로 이원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기존 업무 범위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실질적 전문 역량이 필요한 새로운 분야 개설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이는 기존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미래 확장성을 갖춘 개혁 방향이 될 수 있습니다.
  1. 전문 방사선사의 구조적 재설계
    현재 16개 분야 중에는 방사선사의 업무 이동 자유를 제한할 위험이 있는 분야, 이미 일반 업무로 자리 잡은 분야가 포함되어 있어 재평가가 필요합니다. 특히 종합병원에서 순환 근무를 위해 방사선사 대부분이 전문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면, 그 분야는 이미 전문성이 아닌 ‘일반 분야’임을 의미합니다.
    모든 분야에 전문 자격을 부여하려는 접근은 실효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유방 검사·초음파 검사 등 법적·임상적으로 제한적 업무가 필요한 분야를 제외하면, 나머지 분야는 전문심화교육 인증이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다른 직종의 전문 자격자 비율이 대체로 전체의 약 10% 이하인 점을 참고하면, 방사선사 전문 분야도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1. 환자 안전과 위험성 관리 중심의 재편
    전문 분야는 환자 안전, 의료 효율, 전문화 필요성이 명확한 분야를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하며, 단순히 미국 ARRT 분류를 도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FDA가 7 Tesla MRI를 제한된 검사 부위에 조건부 승인하면서 SAR 관리, 이식 환자 증가에 따른 안전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외국에서는 방사선안전관리위원회와 별도로 MR 안전위원회(MRSO) 제도를 구축하고 있으며, 검사 전 상담, 안전 프로토콜 운영, MR 안전 상담 보험 수가 신설(2025년 1월 적용) 등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MR 장치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 이는 기존 업무 범위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전문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대표적 모델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CT, MR 심장, 뇌 구조 영상의 재구성 및 분석, 평가 분야도 새로운 모델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인증 기준 및 인증기관 설계
    협회는 인정 기준을 설정하는 역할, 인증기관은 시험 시행·자격자 관리 역할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인증기관의 법인화 가능성도 중장기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1. 직역 간 협의 및 공공성 확보
  1. 전문 분야 선정 원칙 및 우선순위 지표
    전문 분야 설계 시 다음 요소를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1) 인증(시험) 설계 원칙, 2) 학력 요건
    3) 임상 연수 요건, 4) 교육 이수 기준, 5) 평가 방식,
    6) 유효기간 및 갱신 방식

마무리
20여 년간 운영되어 온 “전문 방사선사” 제도는 아직 법적 제도화 단계에 안착하지 못한 상황이며, 지금은 잠시 멈춰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전문화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그 접근 방식은 다음의 원칙이 우선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