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모기간: 6월 29일(월) ~ 7월 31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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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아티스트로 새로운 길을 개척한 방사선사 김현정

《착하게 설명해주는 초음파》 전체 삽화 작업부터 의료 3D 프린팅 연구까지, 방사선사의 전문성을 메디컬 아트로 확장하다.
임상 현장에서 매일 마주하는 의료 영상과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메디컬 아티스트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방사선사가 있다.
최근 출간된 도서 《착하게 설명해 주는 초음파》의 전체 삽화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방사선사의 전문성을 시각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는 작가(방사선사 김현정)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1. 《착하게 설명해주는 초음파》 책의 삽화를 직접 작업하셨는데, 먼저 어떤 책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착하게 설명해주는 초음파》는 서울메디칼초음파아카데미 (SMUSA) 소속 14명의 임상 전문의들이 공동 집필한 초음파 교육서입니다. 초음파를 처음 배우는 의료인부터 실제 임상에서 활용하는 의료진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부학, 검사 방법, 주요 질환 등을 실전 중심으로 설명한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의 전체 삽화 작업을 담당했습니다. 심장, 두경부, 간담도, 소화관, 산부인과, 소아 등 다양한 파트를 아우르며 초음파 영상과 해부학적 구조, 병변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을 제작했습니다.

Q2. 책 전체 삽화를 담당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과 특히 가장 어려웠던 파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근골격계를 제외한 거의 모든 파트의 삽화를 작업해야 했기 때문에 작업량 자체가 상당했습니다. 또한 14명의 저자 선생님들과 함께 작업하다 보니 저자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과 원하는 그림 스타일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그래서 그림 작업뿐만 아니라 저자 선생님들과의 소통과 수정 작업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여 책이 최종 출판되기까지 2~3년 정도 걸렸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파트는 두경부 파트였습니다. 두경부는 갑상선, 침샘, 림프절, 혈관, 근육, 신경 등이 매우 좁은 공간에 밀집되어 있어 해부학적 구조 자체가 복잡합니다. 게다가 초음파 영상과 실제 해부학 구조를 연결해서 이해하기 쉽게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실제로 출판 직전까지 가장 많은 수정이 이루어진 파트도 두경부였고,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일러스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파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파트 역시 두경부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3.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란 정확히 어떤 직업인가요?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는 복잡한 의학 지식과 인체 구조, 질병의 메커니즘을 그림이나 3D 모델링과 같은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하는 전문 시각 예술가입니다. 흔히 메디컬 일러스트를 단순한 그림 작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적인 표현보다 의학적 정확성입니다. 의학 서적과 논문 삽화, 환자 교육자료, 의료 시뮬레이션 콘텐츠 등 다양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Q4. 방사선사로 근무하시면서 어떻게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길을 걷게 되셨나요?
저는 2017년 영상의학과 의원에서 X-ray, Mammo, CT 업무를 담당하며 임상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임상 경험이 쌓일수록 의료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의학 정보를 시각화하는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포토샵, 드로잉, 소묘 등을 배우며 그림 공부를 시작했고, 의료와 예술을 융합하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MI2RL)에서 의료 3D 프린팅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CT와 MRI 데이터를 활용한
환자 맞춤형 모델과 의료 교육용 팬텀을 제작했습니다.
Q5. 서울아산병원에서 의료 3D 프린팅 연구원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MI2RL)에서 근무하며 CT와 MRI 영상을 기반으로 환자 맞춤형 3D 모델을 제작하고, 수술 계획용 모델과 의료 교육용 팬텀을 개발하는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환자 맞춤형 폐 임플란트 개발, 귀 켈로이드 압박 장치 개발과 같은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의료진, 공학자, 기업과 협업하였고, 국내외 학회 발표와 논문 연구에도 참여했습니다. 단순히 3D 모델을 출력하는 것을 넘어 의료영상 데이터를 실제 의료기기로 연결하는 연구를 수행했다는 점이 가장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6. 방사선사 출신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큰 강점은 의료 영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방사선사는 CT, MRI, 초음파 영상을 통해 실제 인체 구조와 질환을 이해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인체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영상 속 구조물이 왜 그렇게 보이는지, 어떤 정보가 중요 한지를 이해한 상태에서 시각화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강점은 의학이라는 학문의 맥락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메디컬 일러스트는 단순히 인체를 잘 그리는 작업이 아니라 질환, 검사, 치료 과정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작업입니다.
물론 그림 실력도 중요하지만, 메디컬 일러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학적 정확성입니다. 그런 점에서 의료 현장을 경험한 방사선사는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7. 왜 더 많은 방사선사들이 이 분야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이번에 방사협보에 원고를 기고한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번 《착하게 설명해주는 초음파》는 저에게 가수가 첫 앨범을 발표한 것과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아직 첫 작품이고 부족한 점도 많지만, 방사선사 선생님들께 메디컬 아티스트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영상의학 방사선사이기 때문에 핵의학이나 방사선치료학 등 모든 분야를 깊이 있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방사선사들이 교육 콘텐츠 제작, 메디컬 일러스트, 3D 프린팅 등의 분야에 참여한다면 훨씬 더 가치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학적 정보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가 되어야 하고 이것을 하는 방사선사 선생님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8. 메디컬 일러스트레이션 외에도 방사선사가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까요?
저는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에 머무르지 말고 ‘메디컬 아티스트’로 영역을 넓혀 보셨으면 합니다.
제가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할 당시에도 의료영상 데이터를 활용해 수술 가이드와 의료 교육용 팬텀을 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기술이 3D 프린팅을 넘어 VR·AR 콘텐츠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콘텐츠의 기반이 되는 것은 결국 CT와 MRI 같은 의료영상입니다. 그리고 의료영상을 가장 잘 이해하는 직군 중 하나가 방사선사입니다.
앞으로 메디컬 아트의 영역은 2D 그림을 넘어 3D 모델링, 3D 프린팅, VR·AR 콘텐츠까지 확장될 것이며, 방사선사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9. AI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손쉽게 그림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AI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I 덕분에 이제는 누구나 몇 줄의 프롬프트만으로 그림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AI의 가장 큰 문제는 일관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원하는 그림을 잘 만들어도 수정을 요청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거나 수정하지 않은 부분까지 함께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메디컬 일러스트처럼 정확성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현재 AI는 훌륭한 도구이지만, 프롬프트를 입력하다가 이러한 문제점을 마주하고 답답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그림 의뢰를 하시기도 합니다. 쉽게 생각해서 아직까지는 제가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로서 AI의 역할을 대신 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Q10. 의료 분야의 메디컬 일러스트 역시 AI가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AI는 앞으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는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2020년 7월이었습니다. 이후 포토샵, 드로잉, 소묘를 배우고 3D 모델링과 3D 프린팅까지 공부하며 《착하게 설명해주는 초음파》의 삽화 작업을 하기까지 약 5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불과 3~4년 만에 프롬프트 몇 줄만 입력하면 그림은 물론 영상까지 생성하는 ChatGPT, Gemini, Veo, Kling과 같은 AI가 등장했습니다. 5년이나 10년이 아니라 단 몇 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입니다.
저는 앞으로 기술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AI는 의학 일러스트 역시 충분히 그려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Q11. 그래도 메디컬 일러스트 및 아티스트를 권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첫 번째는 전문성 때문입니다.
메디컬 일러스트와 메디컬 아트의 핵심은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방사선사는 임상 현장에서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어떤 교육 콘텐츠가 필요한지를 직접 경험하기 때문에 필요한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습니다. AI 시대가 될수록 전문성은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제가 2025년 12월 아산병원 연구원을 퇴사하고 다시 임상으로 돌아간 것도 그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지 않더라도 그림, 3D 모델링, 3D 프린팅, VR·AR 등을 배우는 과정에서 의료 현장을 바라보는 시야가 훨씬 넓어질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어 그림 공부를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인연과 기회를 만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의료 3D 프린팅 연구원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결국 메디컬 아트를 배우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가능성과 진로를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