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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가는 등 주거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인테리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거 공간에 더욱 많은 애정을 쏟게 되었고, 자주 눈에 보이니 이왕이면 더 예쁘고 맘에 드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동생도 그러한 사람들 중 하나였고, 얼떨결에 동생의 인테리어를 도와주게 되어 약 4달 간의 인테리어 과정을 함께 하게 되었다. 인테리어 관련 카페나 블로그를 찾아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인테리어라고 하면 흔히 업체를 찾고 그 업체와 상의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비용이나 업체와의 갈등 같은 측면을 고려하여 ‘셀프 인테리어’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여기서 ‘셀프 인테리어’란 세입자가 직접 인테리어를 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한 업체에 모든 것을 맡기지 않고 각 공정 별 업체 또는 작업자를 섭외하여 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원래 업체에서 수행하는 인테리어 감리의 역할을 세입자가 맡는 것이다.

‘셀프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더 찾아보니 의견이 분분했다. 우선 업체가 중개 역할을 하며 가져가는 여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인테리어 사기를 당하거나 업체와 의견이 맞지 않아 생각과 다른 결과물을 얻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여러 인테리어 작업자를 고용하여 의사소통을 하는 일이 결코 녹록지 않고, 공정별 하자나 작업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등의 단점 또한 있었다. 여러 장단점을 비교한 결과,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대로 인테리어가 가능하다는 점에 이끌려 ‘셀프 인테리어’라는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이렇게 ‘셀프 인테리어’를 결심했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막막한 마음에 책과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봐도 답답함을 풀 수 없을 초보자, 입문자를 위해 조금이나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한다. 동생과 함께 인테리어 준비 과정부터 실제 인테리어를 마무리하고 이사하기까지 약 4달의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무엇인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과 불안에 잠 못 이루던 지난 날의 모습과 닮아 있을 인테리어 입문자들을 위해, 한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정보들을 기록하고자 한다.

인테리어 사전 준비 과정

① 인테리어 공부하기

‘셀프 인테리어’를 하기로 결심했다면 우선 기본적인 인테리어 공부를 하는 것이 좋다. 내가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것은 『인테리어 원 북』(윤소연)이라는 책과 ‘셀프 인테리어 My Home’이라는 네이버 카페이다. 『인테리어 원 북』은 2015년에 출간된 책이라 현재의 상황과는 조금 동떨어질 수도 있지만, 인테리어를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대한 과정이 자세히 나와 있어 초보자의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요즘에는 유튜브에도 인테리어 관련 채널이 많기 때문에 여러 방법을 활용해서 인테리어의 기본적인 지식들과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 공정의 순서, 업체(작업자) 선정 팁, 각종 인테리어 용어와 관련해서 공부를 했다. 특히 ‘셀프 인테리어 My Home’ 카페에는 입문자들을 위해 공정이나 인테리어 용어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놓은 글들이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② 컨셉 정하기

전반적인 집안의 분위기와 컨셉을 정하는 것이 좋다. 화이트 톤, 화이트와 우드의 조합, 심플한 블랙 앤 화이트 등 자신이 원하는 집안의 분위기는 어떤 것인지 생각하고, ‘오늘의집’과 같은 어플이나 유튜브 등을 활용해서 인테리어를 한 집을 구경하면 훨씬 도움이 된다. 특히 전체 인테리어를 할 경우에는 천장이나 가벽, 베란다 확장 등 전체적인 집의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사항들을 정리하며 집의 분위기를 머리에 그려두는 작업이 필요하다.

③ 공사 범위 및 공사 기간 정하기

컨셉을 정하며 내가 이 집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시공할 것인지 정해야 업체(작업자)를 섭외할 수 있다. 원래 있던 가벽을 철거할 것이라면 철거 업체에 이 사실(철거 범위)을 알려줘야 하고, 화장실 타일을 모두 철거하고 다시 붙일 것인지 또는 원래 있던 타일 위에 덧붙일 것(덧방)인지 등을 타일 작업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공사범위를 확정하면 각 공정에 드는 기간을 고려하여 전체적인 공사기간 및 스케줄을 나름대로 구상해 본다.

④ 관리사무소 문의하기

가벽 철거나 베란다 확장을 하려고 할 때는 관리사무소에 이 작업이 가능한지 문의해야 한다. 아파트마다 철거가 불가능한 가벽도 있고, 베란다 확장을 하기 위해서는 행위허가신고를 해야 한다. 행위허가신고 없이 시공을 하다 적발될 시에는 시공 중단뿐만 아니라 벌금, 원상복구 명령까지 받을 수 있다. 아파트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공사범위를 정했다면 이 작업들이 가능한지 관리사무소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뿐만 아니라 공사기간 중 엘리베이터 사용료, 인테리어 주민 동의서, 공사 가능 시간 등을 확인해두면 좋다. 인테리어 주민 동의서도 아파트마다 기준과 방법이 달라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셀프 인테리어는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대로 
인테리어가 가능하다.

본격 인테리어 준비

① 실측

업체(작업자)와 연락을 하기 전에 집안 곳곳을 실측해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 아파트의 평면도를 구해서 거실과 각 방의 벽 길이부터 천장 높이, 현관 너비, 싱크대 높이나 길이 등 최대한 자세하게 기록해야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의 사이즈가 필요해서 이사 전 살고 있던 세입자에게 부탁을 했던 적도 있다. 다행히 세입자분이 협조적이어서 편하게 실측을 할 수 있었지만, 협조적이지 않은 세입자를 만날 경우를 대비해 최대한 한 번에 실측을 끝내야 한다. 또한 실측에 협조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안타깝게도 평면도를 최대한 활용하거나 아파트 단체카톡방 등 다른 경로를 통해 알아봐야 한다.

세입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안 곳곳을 실측해 도면을 손수 만든 모습
집 도면에 조명, 콘센트, 스위치 등 전기 관련 공사 범위를 그린 모습

② 자재 고르기

도배를 할 예정이라면 도배지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 어떤 형태로 도배를 할지, 바닥은 장판이나 마루, 타일 중 어떻게 할지도 정해야 한다. 타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예산에 따라서 화장실, 현관, 베란다 타일을 어느 정도 선에서 할지 정하면 좋다. 창틀도 유리에 다양한 종류가 있기 때문에 집의 난방, 방풍 정도 등을 고려해서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창틀 업체에 전화를 하면 ‘크기는 어느 정도인가요? 유리는 일반유리와 로이유리 중 어떤 걸로 원하시나요? 유리색은요?’ 같은 질문을 한다.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전화해서 물어보면 알려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전화를 하면 얻을 것이 없다. 미리 알아보고 대강이라도 정한 뒤에 전화를 해야 견적을 받을 때도 편하다.

인테리어 필름지 컬러칩. 현관문 필름 컬러를 정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검색해 참고했다.

③ 업체(작업자) 검색 및 견적 받기

위의 준비를 마쳤다면 업체(작업자)를 정하기 위해 검색과 전화를 계속한다. 인테리어 카페에서는 이를 ‘손품’판다고 얘기하기도 할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이사가려는 곳이 김포라면 ‘김포 타일러’, ‘김포 철거업체’처럼 검색하면 여러 결과가 나온다. 인터넷에는 광고도 많기 때문에 광고만 너무 많지는 않은지, 결과물은 어떤지 등을 고려해서 정보를 걸러야 한다. 또한 위에서 소개한 카페에서도 업체나 작업자 추천글이 많은데, 정말 정보성 글인지 홍보인지 다 거를 수는 없지만 작업물 사진과 글 작성자의 이전글을 보며 믿을 만한 추천자를 물색할 수 있다. 각 공정마다 한 군데에만 연락하지 않고 여러 군데에 통화를 해 봐야 이 견적이 적정한지, 믿을 만한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다. 전화하기 전에 대략적인 견적에 대해 검색을 해 보고 전화를 해도 좋다. 또, 내 견적이 정해져있다면 ‘OOO원 선에서 A, B, C 작업 가능한지’처럼 구체적으로 물어봐도 된다. 준비를 하며 가장 어려웠던 일 중 하나가 이렇게 전화를 하는 과정이었는데, 하루에도 여러 명에게 전화가 올 테니 그다지 친절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인테리어에 대해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주눅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손품’을 팔아야 아는 것도 많아지고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으므로 주눅들지 말고 부딪혀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④ 공정 스케줄 짜기

만족스러운 견적을 가진 업체(작업자)를 찾았다면 공정별 조율을 통해 공정 스케줄을 확정해야 한다. 대부분은 공정 날짜가 겹치면 안 되고, 공정 후에 며칠은 비워둬야 하는 경우(마루, 도배 등)도 있기 때문에 그런 기간들을 고려해서 스케줄을 짠다. 마음에 드는 작업자를 찾았지만 스케줄이 맞지 않아 다시 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장마철이나 한겨울에는 제한을 받는 공정도 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을 대비해서 여유를 두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다.

엑셀 파일에 정리한 공정 스케줄표 중 일부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고 생각해야 할 것도 많다 보니 항상 정리와 메모가 필수였다. 엑셀 파일을 하나 만들어 모은 정보들, 업체(작업자) 연락처와 견적, 컨셉 사진, 공정 스케줄표 등을 정리하고 공유했다. 이후에는 공사를 하며 지출한 비용과 이사에 관련된 내용까지 한번에 정리하니 편했다. 위의 준비과정은 소개를 위해 쓴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담지 못했다. 이후에 쓰려고 계획 중인 세부적인 인테리어 진행 과정에 대한 기사를 참고하면 조금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