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음악 Off

배경 음악이 재생 중입니다.

연세의료원과 (주)닥터서플라이는 지난 해 11월 29일 ‘방사선 치료를 위한 유방 고정용 보조기’ 및 ‘방사선 치료를 위한 산란선 차폐 속옷’ 개발을 위한 2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각각 체결했습니다. 국내 특허 6건, 국외 특허 4건(PCT, 미국, 중국, 유럽) 및 2건의 노하우가 기술이전 대상으로, 총 12건의 지식재산권을 기술이전하였습니다. 2020년 신영와코루와 기술이전 계약 체결에 이어 2~3번째 성과입니다.

‘방사선 치료를 위한 유방 고정용 보조기’는 유방암 환자의 방사선치료 시, 종양에는 방사선량을 집중하면서 정상 장기인 폐와 심장에는 방사선량이 적게 전달되도록 최적의 기하학적인 형태를 만들 수 있으며, 2~3주간 진행되는 방사선치료에서 호흡에 의한 종양의 움직임을 최소화하여 환자 자세의 재현성 및 정확성을 탁월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여성 환자의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어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방사선 치료를 위한 산란선 차폐 속옷’은 방사선을 이용한 검사 또는 방사선치료 시, 고에너지 1차 방사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2차 산란선에 의한 방사선 피폭을 방어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2차 산란선은 검사와 방사선치료의 영역 밖에서 정상 조직과 장기에 장해를 일으켜 또 다른 암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본 제품은 2차 산란선으로 인한 방사선 피폭을 방어하여 암 발생률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는 연세암병원에 입사하여 23년째 암 환자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관심이 많아서 공부하다 보니 현재 방사선치료전문방사선사, 임상초음파사(상복부), 방사성동위원소취급자 일반면허, 방사선취급감독자 면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식재산권 멘토(의료/안전 분야)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구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국내 특허 34건, 국외 특허 7건, 상표권 1건, 노하우 3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기술이전을 목적으로 기업에 소개한 특허는 73.2%, 비밀유지계약서를 작성하고 구체적으로 논의한 특허는 48.8%, 기술이전에 성공한 특허는 26.8%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허를 획득하는 것도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 바른길로 빠르게 갈 수 있습니다. 

2008년도에 6개월 남짓 준비하여 첫 특허 출원서를 받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새로운 영역에서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고 보편적인 권리로 만드는 작업의 보람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특허를 획득하고 기술이전을 위해 하나하나 단계를 넘어갈 때 느끼는 설렘도 있겠지만, 후배들이 한 걸음 한 걸음 제가 걸어왔던 길을 따라오는 것을 목도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며, 후배들에게 앞서 나가는 선배로서 얘기해줄 거리가 있다는 것도 매우 행복한 일입니다.

2차 산란선으로 인한 방사선 피폭을 방어하여 암 발생률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식재산권의 의의가 자신만의 권리를 확보하는 데 있다면, 기술이전은 그 권리를 마케팅하여 금전적인 가치를 만드는 것입니다. 노하우가 쌓인다면 지식재산권을 획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기술이전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지식재산권은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인 마인드로 접근해야 합니다. 지식재산권을 획득하면서 기술이전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진행한다면, 그 지식재산권의 유지비를 지급해야 하는 4년이 도래하면 폐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관련된 업체들의 철저한 조사와 수요 등의 체크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누군가 기술이전 계약을 어떻게 체결했냐고 질문한다면, 저는 “발명품에 대한 확신과 집요함에 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본 프로젝트를 위해 70여 개 업체에 미팅을 제안하여 22개 업체를 찾아가서 만났습니다. 그중 14개의 기업과 비밀유지계약서를 작성하고, 경영진과 회의실에 모여 않아 사업설명회를 개최하여 얻은 결과입니다. 돌아보면 영업 직원의 마인드를 바닥부터 이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약속 시간을 잡고 한참을 기다리다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바쁘다고 전화 도중에 상대방이 그냥 끊어버려서 자존감이 떨어졌던 여러 장면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해서 모두가 축하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또 다른 일이 생긴 것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한 발짝 뒤처졌다고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하던 일을 멈추면 안 됩니다. 옳다고 생각한 길은 고개를 들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본 기술이전 소식은 언론에서도 22건 이상 기사화되었습니다. 발명품의 성공적인 데뷔입니다. 기술이전 계약은 특허의 관점에서는 종착역일지는 모르겠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연구자로서는 20년이라는 계약 기간의 출발점입니다. 기술이전을 이뤄가는 과정이 ‘쉽지 않은 여정’이었고, 지금도 두 프로젝트에 대하여 임상시험 계약이 진행 중이기에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첫 번째 기술이전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더욱 앞으로 나아갈 확신이 있기에 더욱 기대되고 여기서 얻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힘을 내게 만듭니다. 뭐든지 시작이 어렵지, 경험이 쌓이면 재밌어지고 능숙해집니다. 지식재산권의 획득과 기술이전의 비결에 관심 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많습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방사선사 선배로서 후배들과 경험을 나누는 것은 저에게는 활력이고 기쁨입니다. 감사합니다. (안승권 askwon@yuhs.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