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음악 Off

배경 음악이 재생 중입니다.

작은 우주 ‐ 또 다른 원자

기원전 470년경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Democritus)는 과거만이 아니라 미래까지도 그리고 사물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이미 오래전에 결정되어 있다는 형이상학적 결정론을 통해 고대 원자론을 주장하였다. 즉 이 세계의 모든 것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계는 이 원자와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였다. 1802년 잉글랜드의 돌턴(J. Dalton)은 모든 물질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원자설을 제창하였으며, 이를 통해 인류에게 원자는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다는 것으로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1897년 잉글랜드의 톰슨(J. J. Thomson)은 당시 물리 분야에서 유행하던 음극선관 실험을 통해 음극선이 원자나 분자 및 파동이 아닌 새로운 종류의 입자라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그 동안 원자에 대한 인류의 믿음이 철저하게 깨지게 되었다.

톰슨의 지도 학생이었던 뉴질랜드의 러더퍼드(E. Rutherford)는 양의 성질을 지닌 질량을 찾으려 디자인한 알파 입자 산란실험과 산란각 함수를 이용하여 양전하가 집중되는 작고 무거운 핵의 존재를 1914년에 밝혀낸다. 1932년 러더퍼드의 지도 학생이었던 영국의 채드윅(J. Chadwick)은 폴로늄 소스와 베릴륨 타겟을 하나의 실린더로 구성한 실험을 통해 중성자의 존재 가능성을 네이처 저널에 게재하면서 중성자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다. 이와 같이 원자의 기본 존재가 증명된 것은 오늘날을 기준으로 90년 전의 것으로 최근에 일어난 사건이다. 또한 인류가 원자의 존재에 대해 물리적으로 이해하게 된 것은 인류가 출현한 기간에 비하면 매우 짧은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즉 인류는 원자를 이해한 시간보다 원자를 몰랐던 기간이 더 긴 것이다.

이제 우리는 원자가 단일한 물체가 아니라 양의 전하를 갖는 원자핵 주변에 음의 전하를 갖는 전자가 확률적으로 분포하는 구조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이 구조를 이루는 요소들의 크기를 이해하려면 미시세계관념을 이용해야 한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지름은 10fm(=10-15)로 100조분의 1m이다. 거시세계로 확장해서 해석하면 원자핵의 지름을 1m로 가정하였을 때 실제 1m는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의 700배 정도이니 명왕성을 훨씬 초과하는 거리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원자핵 주변에 존재하는 전자의 크기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월드북 백과사전에 따르면 양성자의 1,000분의 1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지름은 100경분의 1m로 실제 1m는 100광년에 이른다. 다른 관점에서 원자의 핵과 전자의 크기 관계를 거리로 비교하면 이렇게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원자의 핵이 축구공이라고 가정하고 서울시청 광장 가운데에 위치한다면 전자는 수원시에 떠다니는 탁구공 정도로 비교할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서울시청 광장과 수원까지를 반지름으로 하는 구(sphere)의 구역은 축구공과 탁구공 2개(K orbit)를 제외하면 모두 빈공간이다. 즉 원자의 대부분은 빈 공간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일반 성인을 구성하는 모든 원자에서 빈 공간을 제거하면 소금 알갱이 하나에 지나지 않으며, 78억 인구로 확대하여도 사과 한 개에 지나지 않는다.

NASA 제공

큰 원자 ‐ 또 다른 우주

964년 페르시아의 알수피(Azophi)는 밤하늘에 떠 있는 작은 구름을 발견하고 그의 저서 ‘Fixed Star’를 통해 작은 성운이라고 표현하였다. 이후 육안으로 관측 가능한 그리고 지구와 가장 가까운 큰 은하 안드로메다(M31)로 밝혀진다. 1612년 독일의 마리우스(S. Marius)는 망원경을 통해 처음으로 안드로메다를 관측하였고, 1887년 영국의 로버트(I. Robert)는 최초로 안드로메다를 촬영하는데 성공하였지만, 지난 900여년 간 안드로메다는 구름 즉 성운으로 알려져 왔었다.

그러나 1925년 천문학계의 거물이 등장하면서 모든게 바뀌게 되었는데 그것은 지금도 우주공간을 비행하고 있는 허블 망원경의 허블이다. 미국의 허블(E. Hubble)은 후커망원경을 통해서 안드로메다가 우리 은하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독립된 은하라는 것을 입증하면서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과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으며 이는 빅뱅(Big-Bang)의 증거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얼마나 큰 걸까? 그리스 신화의 안드로메다 공주의 이름에서 유래한 이 은하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와 가장 가까우면서 큰 은하이기 때문이다. 안드로메다 은하는 맑은 가을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밝게 빛나지는 않아도 어렴풋이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을 정도의 밝기를 가지고 있는데, 관측장비 없이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우리 은하 외부의 유일한 은하이기도 하다.

Courtesy the Archives, CalTech

이 은하는 우리의 생각보다 크다. 안드로메다 은하까지 빛의 속도로 가더라도 250만년이나 걸리며, 만약 인류가 제작한 가장 빠른 우주선으로 여행한다면 편도만 약 150억년 정도가 소요되고, 왕복한다면 약 300억년 정도가 걸린다. 이 은하는 국부 은하군에 속해 있는 40여 개 은하 중 가장 큰 것으로 지름만 22만 광년으로 약 10만 광년인 우리 은하의 지름보다 두 배 이상 크다. 우리 은하는 약 4천억 개의 항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안드로메다 은하는 약 1조 개의 항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NASA는 지난 2015년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안드로메다 은하의 1/3 가량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 411장을 이어 붙여 만든 사진을 공개하였다. 사진 속의 작은 모든 점들이 각각 태양과 같은 항성이므로, 사진상에는 항성끼리의 거리가 가까워 마치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항성과 항성끼리는 최소 몇 광년에서 수십 광년 이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만약 각 항성을 1mm 가량의 모래알 크기로 생각한다면 가장 가까운 항성이 대략 3km 이상은 떨어져 있는 것이다. 또한 태양과 같이 거의 모든 항성들은 제각각 많은 행성들을 거느리며 독립된 항성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사진 속에 촘촘하게 박혀 있는 점처럼 항성들의 주변을 공전하고 있을 수많은 행성들을 상상해본다면 그 크기를 조금이라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Hubble’s High-Definition Panoramic View of the Andromeda Galaxy, NASA

이번에는 만약 지구를 약 6억 3천만배 줄여 지름 2cm 정도의 손톱만한 크기로 생각한다면 태양은 지름이 2m가 넘는 대형 바퀴만 할 것이고 지구로부터 2만 8천 광년 떨어져 있는 우리 은하 중심까지의 거리는 4억 2천만km, 그리고 우리 은하의 지름 약 10만 광년의 크기는 15억km 정도가 되니 우리 은하의 크기도 매우 크다.

인류가 지금까지 발견한 것 중 가장 큰 은하는
‘IC 1101’로 불리는 은하로, 직경이 약 600만 광년으로
안드로메다 은하보다 지름이 약 30배 가량 더 크며,
은하를 구성하고 있는 별의 수는 무려 100조 개나 된다.

더욱이 안드로메다 은하는 우리 은하보다 지름이 두 배 이상 크니 그 크기는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가능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토록 커다란 안드로메다 은하도 더 넓은 범위의 우주적 규모로 확대하여 생각해보면 그다지 큰 규모의 은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인류가 지금까지 발견한 것 중 가장 큰 은하는 ‘IC 1101’로 불리는 은하로, 직경이 약 600만 광년으로 안드로메다 은하보다 지름이 약 30배 가량 더 크며, 은하를 구성하고 있는 별의 수는 무려 100조 개나 된다. 더욱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은하도 우주공간에 많이 있으니 추후 ‘IC 1101’ 보다 더 큰 은하가 발견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처럼 우주는 커도 너무 크다. 우리는 태양계도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 은하에는 항성이 약 4천억 개가 있으므로 각각 4천억 개의 태양계가 존재하며, 안드로메다 은하에는 그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조 개, ‘IC 1101’ 은하에는 100조 개의 또 다른 태양계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와 같은 수백 억에서 수조 개의 태양계를 거느린 은하들의 수가 우주공간 전역에 2조 개 가량이나 있다는 사실이다. 은하가 수십 개 가량이 모여 있는 것을 은하군(Group of Galaxies), 은하군이 수십에서 수백 개 모여 있으면 은하단(Cluster of Galaxies), 수천에서 수만 개 모여 있으면 초은하단(Supercluster of Galaxies)이라고 부른다.

다시 원점에서 시작한다. 원자 또는 그 이하의 미시세계를 설명하려면 덴마크 보어(N. Bohr)의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이라는 언어가 필요하다. 이것은 우리 주변의 일상생활 영역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작은 세계의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을 기술한다. 반면 지구를 포함한 은하 또는 우주와 같은 거시세계를 설명하려면 아인슈타인(A. Einstein)의 일반상대성이론(theory of general relativity)의 언어가 필요하다. 즉 오늘날 물리는 미시 세계의 불연속성과 거시 세계의 연속성을 구분하는 두 개의 언어로 양분된다.

Emilio Segre Visual Archives/AIP/SPL

제주 바다의 모래알을 예로 표현하면 멀리서 바라본 모래사장은 연속된 모습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각각의 모래알을 바라보면 불연속적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많은 물리학자들은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를 다스리는 법칙,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합쳐 원자-우주 전체를 해석하는 대통합 이론을 만들고 싶어하지만 현재까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살펴본 것처럼 별의 세상과 티끌의 세상은 많이 다르다. 크기 자체부터 적용되는 물리법칙까지 서로 아주 떨어진 세상이다. 하지만 아주 근본적인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은하에서부터 원자에 이르기까지 전체 우주를 이루는 모든 것은, 멀리서 보면 단일한 점 같지만 실은 복잡한 구조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거리와 크기는 같은 것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나아가 이 ‘구조’의 관점을 통해 또 하나의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별과 별, 은하와 은하, 은하단과 은하단 사이에 별, 은하, 은하단 자체와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빈 공간이 존재하듯이 원자 아래의 세상에도 빈 공간들이 실은 대부분의 영역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주 속 대부분의 지역은 물질이 아닌 허공이,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채우고’ 있는 것이다.

Map of the Laniakea Supercluster and its component galaxy clusters. Epoch J2000

우리 은하는 안드로메다 은하와 함께 국부 은하군에 포함되어 있으며, 국부 은하군은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에 속해 있다. 이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의 크기는 대략 5억 2천만 광년으로 짐작하기 어려운 크기이며, 약 10만 갱의 은하들을 포함하고 있다. 우주 전체에 은하단이나 초은하단의 수가 어느 정도 될지는 정확하기 가늠할 수는 없지만 최소 수백만에서 수천만 개는 있다고 예측할 수 있다. 마냥 거대하게만 보였던 안드로메다 은하가 다시 먼지같이 작은 존재로 초라하게 느껴질 수 있다.

더욱이 충격적인 사실은 이와 같은 우주는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팽창하고 있으므로 우주의 크기는 원초적으로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전 우주적 관점으로 봤을 때 우리는 제주 바다에서 파도에 쓸려 있는 모래알의 분자의 원자의 양성자의 쿼크보다 작은 존재이다. 지금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는 이미 250만년 전에 출발하여 이제야 지구에 도착한 아주 오래전의 빛으로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통해 밝힌 그 빛이다. 그 빛이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출발할 당시 지구는 빙하기의 신생대였는데, 도착까지 걸린 시간 동안 지구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고 또 생겨났다. 지금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이 순간 현재의 안드로메다 은하의 빛이 출발하여 또 다시 유구한 세월을 거친 후 이미 내가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지구에 도달할 것을 생각해보면 묘한 감정이 든다. 거꾸로 250만년 후의 미래에 우리가 존재하던 모습이 어떤 빛으로 남아 안드로메다 은하의 행성 어딘가에라도 전해질 수 있을까?

The Origin of the Milky Way, NG1313, National Gallery, London

안드로메다 은하를 거울삼아 우주를 비추어보면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덧없이 작은지 알 수 있다. 우리는 그저 이 광활한 우주에서 잠시 반짝였다 사라질 작은 불씨 같은 존재일 뿐이며, ‘나’의 관점에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도 내가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게 된다.

우리는 대부분 90년 남짓이면 사라지며 ‘나’를 구성하는 모든 원자(톰슨, 러더퍼드. 체드윅의 원자핵+전자)는 여러 번의 생명체를 이루다 결국 다시 우주 공간으로 흩날려지는 운명이다. 만약 운이 좋다면 그 중 어쩌면 한 개의 원자라도 안드로메다 은하까지 도달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를 포함한 주변의 모든 것들은 종국에는 사라지게 된다. 우주의 시작인 빅뱅이 그러하듯 물리적 근거를 통해 광활한 우주는 지금 이 순간에도 팽창하고 있다. 이처럼 우주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인간의 미약한 존재가 전지전능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으며, 그만큼 인간을 포함한 현재의 모든 문명은 티끌과도 같은 존재 혹은 무형의 가치임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는 지금 밤하늘의 은하수(Milky Way)가 영원히 빛나기를 바란다.

Reference

  • 칼세이건. 〈COSMOS〉
  • EBS, 다큐프라임. 〈빛의 물리학〉
  • 카를로 로벨리. 〈알갱이들〉.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쌤앤파커스.
  • 위키백과. 특수상대성이론, 상대성이론
  • 파토 원종우. 〈태양 연대기〉, <과학하고 앉아있네〉 일부 발췌
  • 김춘삼. 〈안드로메다 은하와 충격적인 우주의 크기〉 일부 발췌
  • 지식탐구소. 〈안드로메다 은하로 살펴보는 충격적인 우주의 크기〉
  • 과학잡지 뉴턴.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138억 광년 아닌 456억 광년이다〉
  • 과학 단행본. 〈뉴턴 하이라이트 시리즈〉
  • 아이뉴턴. 〈Newton〉
  • Minos. 〈우주다큐: 상상할 수 없는 우주의 크기, 은하 필라멘트 구조〉
  • 밝은면. 〈우주의 실제 크기를 알면 여러분은 아주 작게 느껴질 거에요〉
  • 최낙언. 〈우주를 지구 크기로 줄이면 1광년=1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