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모기간: 8월 28일 ~ 9월 30일
배경 음악이 재생 중입니다.
방사선사의 핵종 및 조영제 정맥주사 행위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글 성열훈(청주대학교)
현대 의료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보건의료 직종을 창출하였습니다. 그중 방사선사는 사회적 발전과 국민수준 향상으로 맞이할 새로운 시대의 미래인력 대응안을 준비하여 자기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이에 필자는 방사선사의 핵종 및 조영제 정맥주사 행위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의 방사선사는 1963년 ‘엑스선사’로 법제화되면서 진료용 엑스선 조작 업무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1989년 「방사성 동위원소를 활용한 ‘핵의학적 검사’ 및 ‘의료영상진단기와 초음파 진단기 취급’」이 의료기사법 시행령 대통령령 제12678호에 의해 추가되어 방사선사의 업무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며 확장되었습니다. 이러한 확장된 업무 범위에는 의료 영상 진단 시 중요한 조영제 취급 및 관리 업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상의학적 검사에서 조영제는 혈관 등의 연부조직의 대조도를 증가시켜 질병 진단을 고도화시킵니다. 특히, 액상 형태의 조영제는 정맥혈관을 통해 주입되며 전산화단층영상(Computed Tomography, CT) 검사, 경정맥신우조영술(Intravenous Pyelogram, IVP), 및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검사 등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내 CT, MRI는 2016년 약 1천 18만여 건에서 2021년 약 1천 7백 30만여 건으로 70%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IVP는 소화계, 척추 조영, 신장 조영, 비뇨기계 조영, 관절 조영 등이 있는데 2019년 기준 약 190만여 건이었습니다. 이러한 혈관 조영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맥혈관 확보 및 주사 행위가 선제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본 기고문이 우리 사회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에 부응할 수 있는 방사선사 미래인력 직무에 대해서 창의적인 관점으로 대안을 고민해 보고 제시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길 기대한다.
이에 관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2003년 호주 방사선학회에서는 방사선사가 조영제 검사에 한해 정맥확보가 가능하다는 지침을 제공하여 현재 시행하고 있습니다. 2005년 영국에서도 법 제정과 교육과정개발 등을 통해 방사선사의 업무 역할을 확장하였고 특정 교육을 이수한 방사선사에 국한해서 조영제 정맥확보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2007년 미국 뉴욕 공중보건법 35조의 변경된 사항으로 방사선사 면허를 가진 직군에게 조영제 투여 및 주사를 위한 증명서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서남아시아의 작은 나라 오만에서도 2020년 조영제 정맥주사의 대체 인력으로 방사선사가 수행하여 환자 관리와 간호인력 확보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 보고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최근 보건복지부에서는 핵의학과 방사선사에게도 의사의 구체적인 지시 감독하에 동위원소 정맥주사를 수행할 수 있다는 판례를 근거로 주사 관련 기본교육 및 실습에 관한 교육을 최소 5시간 이상, 경력직원은 매년 1시간 이상 이수한 자에 국한해서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7년 1월 10일 대한방사선사협회에서 보건복지부에 방사선사의 조영제 주입기 사용 가능 여부에 관한 질의를 한 결과, 같은 해 3월 7일 조영제 주입기의 버튼 조작행위를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를 근거로 방사선사도 의사 지도하에 조영제를 자동주입기로 정맥에 주입하는 행위를 인정하였습니다. 비록 자동주입기의 조작을 방사선 기기 및 부속 기자재 관리로 넓게 해석하였지만, 조영제 주입이 허용되었습니다. 이는 의료기술의 발전과 환경의 변화로 방사선사의 정맥확보 및 주입 행위가 시대적 요구사항의 신호라고 필자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에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방사선사의 위상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방사선사의 정맥확보 및 주입 행위는 현재 부족한 간호인력을 조금이나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정맥확보는 환자의 인체에 침습적으로 가해지는 의료행위이지만 의사의 지도하에 간호사에게 위임되어 수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간호사의 위임행위는 1940년에 정맥 주입 전문 간호사가 지정되었고, 국내에서는 1994년에 지정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영상의학적 검사를 위한 조영제 주입의 정맥확보는 의사의 지도하에 방사선사도 수행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1996년 MRI 검사 시 의사의 지시하에 방사선사가 조영제를 정맥 주입한 후 발생된 의료사고를 계기로 ‘조영제를 환자의 신체에 투입하는 행위는 의료법에 따라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방사선사의 업무범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대법원의 판결[대법원 2000. 4. 7. 선고 98두11779]을 받아 방사선사의 정맥확보 및 조영제 주입 직무는 임상에서 금지되었습니다. 이후 영상의학 조영제 검사를 위한 정맥확보 및 주입은 간호사의 업무로 이전되기 시작되었습니다.
최근 통계청의 ‘한국의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 이행현황 2024’에 의하면 21년 기준 인구 천 명당 간호사 4.6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보고하였습니다.
미국 보건자원행정당국(Health Resources & Services Administration, HRSA)의 간호사 인력 예측 보고서에 의하면 2025년에 78,610명과 2030년에는 63,720명의 간호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간호사는 4년 간의 정규대학 교육과정을 거쳐 국가시험에 합격한 고급 의료인력입니다. 또한 간호사의 업무는 전문 직업군으로써 직무의 난이도가 높고 의료현장의 최일선에서 국민생명을 지키고 돌보는 귀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화 추세에 의한 간호의료서비스 수요의 증가와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해 2024년 2월 27일부터 실시되는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였습니다. 이처럼 시대적으로 간호사의 인력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2023년 3월을 기준으로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연세의료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의 주요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영상의학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의 인력을 조사한 결과, 총 284명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영상의학적 검사에 필요한 조영제 주입을 위한 정맥확보 및 응급상황 대응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전체 전문간호업무의 극히 일부만을 수행하고 있어 고급 인력의 직무역량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족한 간호인력과 고급인력의 적절한 대체안을 영상의학분야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방사선사는 사회적 발전과 국민수준 향상으로 맞이할 새로운 시대의 미래인력 대응안을 준비하여 자기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둘째, 방사선사의 정맥확보 및 주입 행위는 병원경영에도 큰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으며, 방사선사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앞서 필자가 조사한 주요 대형병원 간호사 인력의 연봉을 평균 5,000만 원으로 가정한다면 이들의 인건비는 총 142억 정도가 산출됩니다. 따라서 영국의 사례처럼 특정 교육을 이수한 방사선사에 국한해 정맥주사 업무를 허용하고 간호사 인건비의 10%만을 방사선사에게 지급한다면 127.8억 원의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어 병원경영에 큰 도움이 되며 방사선사의 일자리 창출과 실질임금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셋째, 방사선사의 정맥확보 및 주입 행위는 국민 의료서비스 향상과 방사선사 전문성 강화 및 직무 확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주말이나 야간근무 시 의사나 간호사가 항시 배치되어 있는 것이 아닌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검사 당사자인 방사선사가 수행한다면 신속한 검사으로 환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최근 강중호 외 연구에 의하면 임상방사선사들은 방사선사의 직무에 조영제 정맥주사 행위에 포함되는 것에 긍정적으로 응답하였고, 방사선사 업무에서 정맥확보 및 주입 행위는 방사선사의 전문성 강화와 직무 확장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때의 정맥확보 및 주입 행위는 영상의학적 검사범주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대전제이며, 모든 방사선사가 일괄적으로 이 행위를 하기보다는 일정 자격을 갖춘 방사선사의 선택적인 직무 행위로 수행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방사선사의 정맥확보 및 조영제 주입 행위에 대한 교육과정 및 자격증 필요성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본 필자는 대학 현장에서 그림과 같이 1년 동안 교육과정개발 연구를 진행하였고, 방사선학과 전공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방사선사 미래인력 직무대응을 위한 핵종 및 조영제 정맥주사 이론 및 실습”을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실습에 참여한 학생들이 전공 만족도, 학과 미래비전, 전문성 강화에 유의미한 차이로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방사선사의 정맥확보 및 주사행위를 임상에서 실천하기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합니다. 우선, 막연하게 임상현장과 거리가 있다고 이러한 교육을 등한시 하기보다는 교육 百年之大計(백년지대계)의 정신으로 대학교육이 선행된 후 쌓인 역량이 임상에서 실천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환자돌봄(Patient care) 교과목을 필수전공으로 지정하고 이론뿐만 아니라 실습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대한방사선사협회에서는 관련 법률안의 제정 또는 개정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본 기고문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에 부응할 수 있는 방사선사 미래인력 직무에 대해서 창의적인 관점으로 대안을 고민해 보고 제시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