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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건중(제15대, 16대 대한방사선사협회장)

명칭과 호칭은 사회적인 이슈로 ‘호칭 문제’와 ‘호칭 인플레’ 등의 제목으로 언론도 여러 회 기사화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명칭과 호칭으로 인해 법률적인 문제 또는 일상생활에서 서로 다투기도 하는 민감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의료 관련 드라마에서 잘못된 호칭으로 불쾌감을 주기도 합니다만, 방사선사가 출연한 어느 인기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가 등장할 때마다 ‘방사선사’라는 자막이 수십 회 올라와 홍보대사를 톡톡히 해준 사례도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국내 관점과는 달리 국외 상황을 알아보면서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국제방사선사회 유럽 지역 회장이 기고한 ‘Tech’와 ‘radiographer’이란 글을 중심으로 기술해 보려 합니다. 부제는 ‘방사선학에서 전문적인 역할과 방사선사 명칭의 확립’이었는데 방사선사의 명칭과 호칭을 유럽 중심에서 바라본 이야기입니다.
​이를 보면서 명칭과 호칭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이슈이기도 하다는 점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기 전에 참고할 사항으로 방사선사의 공식 명칭으로 영국/유럽권은 radiographer, 북미주/아시아권은 ‘radiologic technologist’를 사용한다는 점을 익혀둬야 합니다(WITH KRTA 제398호 「‘세계방사선사회(ISRRT)’의 이름으로 본 방사선사 명칭의 공식 영문명 2가지」 참조).

「Established professional roles and precise professional titles in radiology」, https://www.isrrt.org/blog/tecs-vs-radiographers

명칭에 대하여
바른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전문 직업군 체계(Qualification Framework)에서 방사선사의 순위를 높이려는 ISRRT의 사업과도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방사선사의 인식 수준을 높이는 일은 세계 방사선사의 현재와 미래성을 향상하는 사업 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방사선사가 ‘의료 전문인’ 또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중요한 주체임’을 인식시키기 위한 책임과 더불어 ‘고도의 영상화 기술 및 치료 분야를 소화하기 위한 충분한 학식을 갖춰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WHO, IAEA 등 국제기구에도 방사선사 직군명을 공식 등록해 각종 보고서에 전문직의 정확한 명칭 사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ISRRT 96개 회원 국가 중 적정한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일부 국가도 있습니다. 실제, 유럽의 경우 각 국가의 언어, 문화, 학교 교육과 자격 및 직무의 다양성에 따라 약 15가지의 직군 명칭이 있습니다.
희소하지만 비영어권 개발 도상 국가에서는 아직도 ‘technician’을 사용하는 국가들이 있음에 각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교육 기관을 졸업한 것만으로 면허를 대신하는 개발도상국들이 이에 해당되며 이 국가들의 협회는 법률적 지위를 갖지 못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방사선사의 명칭을 법률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우리 협회도 법률적으로 설립한 단체이니 이 기회를 빌어 선배 방사선사들의 선견과 열정에 감사를 드립니다.

호칭에 대하여
국제방사선사회에서는 영어권 국가 중 일부에서 ‘technologist’와 ‘technician’을 모두 일컫는 ‘Tech’로 호칭하고 있음을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 나라에서는 ‘Technologist’와 ‘Technician’이라는 용어를 동의어로 간주할 소지가 있지만 같은 의미도 아니고 실무 범위도 다를 뿐 아니라 미래 전망도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두 용어의 어원을 찾아 비교해 보겠습니다.
‘technologist’와 ‘technician’에서 모두 사용하는 ‘techne(τέχνη)-’는 숙련, 기술, 예술, 기능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Technologist’라는 단어에는 ‘-log-ist’라는 단어 요소가 있는데 여기서 ‘-logos’ 및 ‘Logia(λογία)’는 말하고, 생각하고, 마음을 의미하며 학문이나 지식을 표합니다.
‘Techno-log-ist’는​ 즉 ‘techne’, ‘logia’와 ‘-ist’의 결합어로, 기술적, 학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을 의미하며 과학, 공학, 정보 기술,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뜻합니다.
‘Technologist’는 기술을 이해하고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 혁신을 추진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인식을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권 국가(미국)에서 Technician과 Technologist를 모두 가리키는 ‘Tech’로 호칭하고 있는데 두 직군은 서로 연관되어 있는듯하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동등한 실무 범위 또는 미래 전망 등이 다릅니다.
두 직군의 식별을 어원으로만 정의할 수 없지만 교육 제도와 면허 자격 요건 등에 차이가 있어 ‘분리’ 개념을 갖는 것입니다.
‘Technician’은 중등 교육 후 직업 교육을 통해 자격을 받으며 업무 범위와 책임이 제한적입니다. ‘Radiologic Technologist’는 고등 교육 후 의료 영상, 치료, 핵의학, 초음파 검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자, 교수, 연구원, 상급 실무, 병원 관리자, 의료기기 회사의 진출도 하고 있습니다.

미국 방사선사들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미국에서 방사선사에게 ‘technician’이라 호칭하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Tech’라 호칭하면 ‘technologist’의 줄임말로 인식해 불쾌하게 여기지 않고 받아들입니다. 이는 미국 방사선사들의 자의적인 해석인 것 같습니다. 지금도 미국 관련 단체들은 ‘radiologic technician’이란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고 실제로 radiologic technician도 존재합니다.
미국에서는 방사선사 면허를 발급할 때 일반 영상 검사로 제한(Limited)하고 이를 면허증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면허가 있어야 일정 교육 후 CT, MRI를 할 수 있는 인증(certify)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방사선사 면허만으로는 CT 또는 MRI 등 다른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방사선사를 미국에서는 구분하기 위해 radiographer라고도 하지만 공식 명칭으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 “모든 radiographer는 radiologic technologist인데 모든 radiologic technologist는 radiographer가 아니지요?”라는 말을 이해하면 도움이 됩니다. 이는 미국과 영국에서 적용하는 ‘radiographer’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주 정부에서 발급하는 방사선사(radiologic technologist) 면허는 각 주 정부에 따라 직접 면허시험을 주관하거나 인증 기관인 ARRT에 위임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방사선사 명칭은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호칭은 개선할 부분이 있음이 사실입니다. 예전에 비해 많은 개선은 이뤄졌지만 아직도 종종 ‘기사’, ‘방사선 기사’라는 호칭을 접해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이런 호칭을 접하면 바로 ‘방사선사’라고 정중하게 바로잡아 주어야 하고 이를 상급 병원부터 주도적으로 실행해 줘야 합니다.
자존감이 강하며 개인주의 성향이 뚜렷하고 똑똑한 디지털 세대, MZ 방사선사가 협회 활동에도 적극적인 참여와 행동을 해줄 것이라 희망하며 앞날을 기대해 봅니다.
ILO의 전문 직업군 체계 순위를 높이려는 ISRRT의 사업에 발맞춰 세계 방사선사회가 이 견해를 공유하여 우리의 교육 배경, 발전하는 역할, 업무 범위와 관련하여 혼란을 야기하고 미래에 해를 끼칠 수 있는 ‘tech’ 및 ‘technician’이라는 직군명을 사용하지 않기 바랍니다.
‘세계방사선사회에서는 공식 명칭이 International Society of Radiographers and Radiological Technologists(ISRRT)임을 인식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직군명을 재차 강조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여러 국가들의 명칭과 호칭 환경을 다른 국가의 방사선사가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에 차이가 있음을 경험한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대한방사선사협회는 ‘방사선사 윤리강령’을 지니고 있는 몇 안 되는 협회라는 자부심을 느끼면서 방사선사로서 품위를 유지하고 환자 및 의료 전문가들과의 관계를 향상하기 위한 제언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1. 환자 및 다른 의료 전문가들과의 존중과 소통이 중요합니다.
이해관계자들 간에 명칭을 정확히 사용함으로써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높일 수 있습니다.
2. 방사선사의 전문성을 유지하여야 합니다.
최신의 학문 지식을 유지하고, 기술적 업데이트 교육을 받아 전문성을 강화해 품격을 갖춰야 합니다.
3. 명칭의 직접 알려주기와 물어보기
서로의 존중과 협업을 위해, 명칭을 잘못 알고 있는 상대방에게 직접 명칭을 알려주고 “안녕하세요. 저는 방사선사에요. 실수일 수 있겠지만, 방사선사로 불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어요”라고 하고, 또 반대로 상대방을 잘못 부를 수도 있으므로 “어떤 직함으로 부르면 좋을까요?”라고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4. 방사선사로서 안전과 윤리를 최우선으로 합시다.
방사선 안전 절차를 엄격히 준수하고, 환자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윤리적으로 올바른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합니다.
(※ 「방사선사 윤리강령」도 참고하세요)
5. 업데이트된 용어 사용
의료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고, 시대 변화에 맞춰 품격 있고 순화된 용어를 선택하여 사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면 ‘찍다’라는 용어는 스스로 먼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성을 유지하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6. 지속적인 교육 참여
의료 분야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합니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최신 동향과 새로운 영상화 기술에 대한 이해를 강화해야 합니다.
7. 방사선사는 품격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휴식, 운동 등을 통한 자기 관리에도 신경 쓰도록 합니다. 이는 환자에게 더 나은 진료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고, 의료기관의 성장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방사선사 윤리강령 Code of ethics for radiologist

1 방사선사는,
인간존중에 최우선하는 직업윤리를 실천해야 한다.
2 방사선사는,
심오한 학문적 연구와 발전적 기술향상을 위하여 평생교육에 힘써야 한다.
3 방사선사는,
방사선 관리의 적정을 기하여 환자에 대한 피폭선량 경감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4 방사선사는,
국민의료봉사를 행함에 있어 직업적 품위를 지키며 사회적 신뢰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5 방사선사는,
국민보건향상의 일익을 담당하는 전문직업인으로서 긍지를 갖는다.


방사선사인 유튜버 RT심(@RTShim)이 운영하는 알쓸방잡(알아두면 쓸모있는 방사선 잡학공간) 채널에 본 기사와 관련된 영상이 있어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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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쓸방잡은 ‘방사선사의 취업을 돕고 병원에서 일하는 방사선사로서 자신감을 갖기 위한 정보를 주는 채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