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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 다니는 것을 참 좋아한다. 특히 가깝고 음식도 맛있는 일본을 좋아한다. 처음으로 일본 여행을 갔던 때를 잠시 말하자면 대학 졸업을 앞두고 친구와 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르바이트해서 모아둔 돈으로 둘이 일본 도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해외 여행은 처음 가는 거라 왠지 두렵고 낯설기도 하여 패키지 여행을 예약하기로 결정하고 여행사에 문의를 하였다. 여행사 상담해주시는 분이 반자유라는 패키지 상품을 추천해 주셔서 자유여행이 하루 포함되어 있는 상품을 예약하였다.

하루 일정은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으로 일정을 정하고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다녀와서 보니 패키지와 자유 일정 일본패키지는 가이드가 일정을 잡아 놓고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그 지역에 관련한 설명을 잘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찾아서 갈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후 친구들과 가는 해외 여행은 무조건 자유 여행으로 떠났다. 매번 여름에는 친구들과 시간을 조율하여 해외로 휴가를 떠났는데 올해는 시간이 맞지 않아 집에서 휴가를 보내자고 생각하던 어느 여름날… 날씨도 너무 덥고 반복된 출퇴근 일상 속 지치고 힘든 하루가 계속되었다.

가까운 곳이라도 혼자 다녀와볼까? 하는 생각에 국내 이곳저곳을 알아보다 제주도 여행을 알아보게 되었다. 가격 비교를 해보니 이 돈이면 해외 여행을 다녀오겠다.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내가 혼자서 해외 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까? 생각하고 고민하다가 남들도 혼자 떠나는 여행, 나라고 못가겠냐 하는 생각이 들어 후쿠오카를 예약하게 되었다. 출발하기 전까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남겨두고 블로그, 카페 등 여러 곳을 보며 여행 정보를 조사하였다(참고로 나는 버스나 택시를 타면 멀미가 자주 나서 지하철이나 기차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아보았다).

그리고 출발 당일, 전날도 늦게까지 이곳저곳 알아보느라 피곤한 상태에서 후쿠오카로 혼자 떠나게 되었다. 후쿠오카까지 한시간 반정도 비행 후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국제선에서 국내선으로 무료 셔틀 버스를 타고 간 후 지하철을 타고 숙소가 있는 하카타역으로 갔다.

나는 하카타역 바로 앞에 있는 숙소를 예약했는데, 후쿠오카에 있는 것도 좋겠지만 후쿠오카에서 근교 지역도 여행하고 싶어서 여행하는 동안 일정한 금액을 내면 기차를 여러 번 탈 수 있는 ‘레일패스’를 구입하게 되었다. 근교 지역을 이동하려면 하카타역이 우리나라의 서울역 같이 모든 지역으로 가는 관문이어서 하카타역으로 정하게 되었는데 정말 잘한 것 같다.

첫날은 후쿠오카 시내를 구경했다. 역과 역 사이가 가까워 걸어서 후쿠오카에서 제일 유명한 쇼핑몰 캐널시티도 구경하고 텐진에 가서 유명한 키와미야 함바그를 먹었다. 서울의 음식점에서 혼자 음식을 먹을 때는 부끄럽거나 약간 쑥스러운 생각이 있었는데 혼자 먹을 수 있는 좌석으로 안내해 주시고 어색하지 않게 말도 걸어 주셔서 참 좋았다. 키와미야 함바그는 다진 고기를 동그랗게 뭉쳐 나오면 젓가락으로 조금씩 떼어내어 같이 나온 달궈진 불판에 구워먹는 건데 정말 맛있었다. 큰 사이즈를 시킬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오는 순간!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도 달콤하고 부드럽고 너무 맛있었다.

쇼핑센터 캐널시티 하카타
후쿠오카 텐진 유명한 고기를 조금씩 떼어내서 구워 먹는 후쿠오카 함바그 스테이크집. 한국에도 여러 매장이 생겼다. 한번쯤 드셔 봐도 좋을 것 같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텐진 지하상가와 파르고 백화점, 다이마루 백화점 등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일본 여행에서 빼먹을 수 없는 곳 편의점! 편의점에서는 계란 샌드위치와 시원한 맥주가 필수다. 하루 동안 혼자서 이곳저곳 잘 다닌 나를 칭찬하며 내일 갈 곳을 정리한 수첩을 꼼꼼히 살피고 잠이 들었다.

둘째날이 되었다. 오늘은 다자이후 텐만구 라는 학문의 신을 모신 신사를 방문하였다 일본에서 실제로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입구를 조금만 걸어서 들어가다 보면 신사의 명물인 소의 동상이 있다. 소의 머리를 만지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하여 줄을 서서 만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덩달아 줄을 서서 소의 머리를 만지고 들어가서 신사를 둘러보았다. 관광객도 많았지만 조용한 곳이어서 산책하듯이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나왔다.

다자이후 텐만구 신사
신사 명물인 소의 동상

들어갈 때 문을 닫고 있었던 상점들이 하나 둘 오픈을 하기 시작했다. 상점가에서 우산도 구경하고 센베도 사서 먹어보았다. 다자이후에 왔으면 꼭 먹어봐야 할 것이 있다. 우메가와 모찌라는 것이 있는데, 매화 모찌라는 이 떡은 우리나라의 구운 찹쌀떡 같은데 이 떡을 먹으면 합격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직접 먹어보니 한번은 기념으로 사 먹어봐도 좋을 것 같다.) 여름에 떡까지 먹다 보니 너무 목이 마르고 커피도 마시고 싶었다.

다자이후의 두번째 명소, 굉장히 독특한 외관에 사람들도 많이 사진도 찍고 줄도 서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매번 마시는 커피보다는 우리나라에서 마실 수 없는, 일본에서만 파는 시즌 음료를 마시고 하카타역으로 돌아왔다. 하카타역 근처에 있는 빅카메라(우리나라의 하이마트)와 다이소, 도큐핸즈(사무용품,인테리어용품,주방용품,문구류,화장품 등) 드럭스토어 등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하루가 빨리 가버렸다.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역 근처의 이치란 라멘이라는 곳에 가서 일본 라멘을 먹었다. 독서실 같이 한 칸 한 칸으로 나눠져 있는 곳의 반대쪽에서 라멘을 내어주는 방식인데, 매운맛이나 마늘 등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주문할 수 있어서, 심지어 한국어 표기도 되어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다.

걷는 걸 좋아하는 나지만, 이틀 동안 많이 걸어 다녔더니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드럭스토어에서 산 바브(입욕제)로 몸의 피로를 풀어주고 휴족시간이라는 시트를 다리에 붙이고 잠을 청했다.

셋째날이 되었다. 오늘 드디어 후쿠오카 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이 여행하는 유후인에 가기로 했다. 일반 열차를 타고가도 되지만 녹색의 이쁜 특별열차 유후인 노모리로 예약을 하였다. 유후인 노모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기념 스탬프도 찍고 날짜가 적힌 유후인 노모리 열차 사진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열차가 지나가면서 지역 곳곳을 소개하면서 방송도 해 주었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새 유후인역에 도착해 있었다. 보통 유후인은 온천이 유명하다고 하여 하루 료칸을 예약하고 오는 분들도 있지만 내일은 또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갈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유후인에서 하루 동안 구경하고 다시 유후인 노모리를 타고 하카타 호텔로 돌아가는 일정을 잡았다. 명소인 기린코 호수로 향하는데 역시 아기자기한 가게가 엄청 많았다. 일본식 가옥과 여러가지 기념품샵, 카페, 음식점 등을 구경하며 몇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아름다운 긴린코 호수 전경

드디어 긴린코 호수에 도착, 물안개가 보이는 호수인데 맑은 하늘, 그리고 푸른 산과 같이 보니 한폭의 그림을 보는 느낌이었다. 호수를 보고 내려오는 길에 너무 허기가 졌다. 나는 길거리 음식을 좋아하지 않고 잘 사 먹지 않는 편인데 길거리에서 서서 먹으면 입에 묻거나 신발에 음식물이 떨어지는 게 싫어서다. 근데 여기서는 길거리 음식들을 안 사 먹으면 나중에 서울가서 너무 후회할 것 같아 고로케 맛집인 금상 고로케와 허니비라고 하는 벌꿀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고로케와 아이스크림은 평범한 맛이지만 배가 고팠던 나는 맛있게 먹었다.

허니비라는 가게에서는 벌꿀도 예쁜 병에 벌꿀을 넣어서 팔길래 아버지가 좋아하는 벌꿀도 한 병 샀다. 사실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로 오르골도 하나 사고 싶었지만, 오르골 가격이 너무 비싸고 여러 상점을 구경하니 하카타역 돌아갈 기차시간이 되어 역까지 허겁지겁 뛰어가 기차를 겨우 탔다. 역시나 셋째날도 다리가 아파서 숙소 근처 요시노야라는 덮밥집에서 규동을 먹고 숙소로 들어가서 쉬었다. 셋째날은 씻고 눕자마자 바로 잠들었던 것 같다.

넷째 날, 여행 마지막 날이다. 도자기의 마을 아리타라는 곳을 가는 날인데 후쿠오카를 자주 여행가는 친구나 동생들한테 물어봐도 여기 지역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하카타역에서 아리타로 가면서 구입한 에키벤. 종류가 많아 선택장애가 오지만 어느 것을 선택해도 참 맛있다.

일본 여행 카페를 둘러보던 중 에키벤을 보게 되었고, 도자기에 담긴 카레가 인상적이라 저건 꼭 먹어봐야 돼! 하는 생각으로 정했던 곳이다. 카페나 블로그에도 정보가 거의 없어 다녀온 사람에게 쪽지로 문의하고, 일본인 친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여 아리타에 대한 정보를 얻어 여행노트에 메모를 해 두었다. 아리타역은 아주 작은 시골역이었다. 잠깐 아리타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조선의 도공 이삼평이 임진왜란 때 건너가 일본 최초로 가마를 만들고 도자기를 구워 일본 도자기 산업을 일으킨 곳이라고 한다.

아리타의 또다른 명소 갤러리 아리타. 내가 원하는 도자기컵에 음료를 담아준다. 아이스 커피를 시켰는데 양이 너무 적어 추가로 한잔을 더 시켰다.

역을 나오니 진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 흔한 승용차도 보이지 않았다. 왠지 무서운 동네같이 보였고 상점도 다 문이 닫혀있는 것 같았다. 아리타에 오게된 이유, 아리타 카레를 먹기위해 갤러리 오오타라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아리타 카레는 아리타역 근처에 있는 오오타라는 레스토랑에서 만든 것인데 2011년 큐슈에키벤 랭킹 품평회에서 1등을 한 메뉴라고 한다.

아리타 카레는 기대 이상으로 따끈하고 너무 맛있었다. 시중에서 파는 카레맛과 같았다. 카레를 먹고 계산을 하니 그릇을 예쁘게 포장하여 주셨다. 선물받는 기분이 나서 너무 좋았다. 더운 날씨에 매운 카레를 먹고 나오니 시원한 커피가 먹고 싶었다. 일본인 친구가 알려준 갤러리 아리타 라는 곳으로 향했다. 갤러리 아리타에는 예쁜 도자기 컵이 많이 있고 커피를 주문하면 내가 선택한 도자기 컵에 커피를 담아 준다. 카페를 둘러보며 커피를 마시고 역으로 향했다. 일정 금액을 내면 창고에 도자기가 널려져 있는 곳에서 한바구니 도자기를 골라서 살수 있는 곳도 있고, 도자기로 만든 풍경들도 사고 싶었지만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빨리 기차를 타야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으로 하카타역으로 돌아왔다.

이날 이후, 결혼하고 난 지금, 이 여행이 혼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떠났던 해외 여행의 기억이다.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검사받으시면서 했던 말들이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귓가에 맴돈다.

“젊을 때 뭐든지 할 수 있고, 할 수 있을 때 마음껏 해.” 혼자서 여행을 안 떠나 보신 분들은 지금이라도 혼자 떠나 보기를 한번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참고로 이 글에 소개했던 여행지는 후쿠오카 시내, 다자이후, 유후인, 아리타 등인데 후쿠오카에 가서 열차나 버스 시간을 잘 맞추면 언제든지 근교의 소도시를 쉽게 여행할 수 있으며, 코로나로 인하여 여행을 가지 못하는 방사선사 여러분들에게 제가 혼자서 떠났던 여행 이야기를 읽으며 여행하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이글을 썼습니다. 해외 여행을 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며, 해외 여행을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원하며… 저도 언젠가 혼자 여행했던 이곳을 혼자 또 갈 수 있을 날을 꿈꾸며 글을 마칩니다.